역사는 진실을 찾아가는 긴 여정의 결과물이다. 우리가 현재 굳게 믿고 있는 사실도 새로운 기록의 발견과 유적의 발굴에 의해 그 진위가 뒤바뀌는 경우를 오늘날에도 종종 볼 수 있다.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우리들의 기억 속에 각인된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도 안동 봉정사 극락전의 해체, 수리 과정에서 기록물이 발견되어 극락전이 14세기 중엽인 1368년에 부분 중수된 건물임이 밝혀지면서 국보 제12호의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새롭게 자리매김 하게 된 것이다.

백제 제 30대 무왕의 어릴 적 이름이 '서동' 이였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서동과 신라 진평왕의 셋 째 딸인 선화공주의 이야기도 최근 미륵사지 석탑을 보수하기 위해 해체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무왕의 왕비가 선화공주가 아니라 백제 최고의 귀족 가문이었던 '사택적덕'의 딸임이 밝혀지기도 하였다. 이처럼 역사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처럼 새로운 발견에 의해 새롭게 기록될 수 있는 가능성을 얼마든지 가지고 있다. 

지난 4월초 선각국사 도선의 탑비자리가 현재의 위치가 아니라 조금 더 올라가서 있고 도선국사도 현재의 자리에서 발굴된 석관의 주인공이 아니라 옥룡사지 동북쪽에서 200보 거리의 자리에 매장되어 있다는 매우 구체적인 이론을 가진 분이 있어서 현장을 함께 답사해 보았다. 그 자리에 가보니 풍수지리의 문외한인 필자도 범상치 않은 자리임을 느끼게 되었고 확 트인 전망에서 시원하고 진취적인 기운을 온몸으로 맞게 되었다.

지금으로 부터 정확하게 1121년 2개월 전에 열반에 드신 도선국사의 부도탑자리와 무덤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어쩌면 광양만 앞바다에서 낫 한 자루를 찾는 것 보다 더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도선국사의 일대기가 기록되어 있는 1478년 서거정이 편찬한 '동문선'의 '해동 백계산 옥룡사 증시 선각국사 비명 병서'의 도선탑비 비문에 보면 '도선국사의 앉은 시체를 옮기여 절 북쪽에 탑을 세웠으니 유언을 따른 것이다. 효공왕이 슬퍼하며 요공선사의 시호를 주고 탑이름을 증성혜등이라 했다. 고 뚜렷하게 기술되어 있다. 역사는 분명한 기록을 근거로 해야한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기록과 학술적 근거에 의해 역사가 기록되어야만 역사는 그 가치가 영원히 빛날 수 있을 것이다.

 '선각국사 비음기'에는 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그 당집은 절의 동북쪽 약 2백보 지점에 세웠으니 참으로 헌칠한 위치이다'  약2백보는 1.6km의 거리이다. 옥룡사지에서 현재의 도선국사와 통진대사의 쌍탑쌍비가 있는 곳은 동쪽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거리도 100보 이내로 짧은 거리이다. 그리고 장소도 옥룡사지 보다 훨씬 낮은 곳에 위치한 수맥이 흐르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필자는 우리고장 광양을 사랑하며 깊은 애향심을 가지고 맡은바 직분에 최선을 다해 나가고 있다. 문화관광해설사로서 긍지를 가지고 광양 옥룡사지를 국가사적 제 407호로 지정한 문화재청의 결정을 존중하며 현재까지의 학술적 근거에 의해 옥룡사지와 천연기념물 제489호인 옥룡사 동백나무숲을 자랑스럽게 해설하고 있다. 그러면서 10년 이상의 해설사 활동을 해오면서 항상 역사에 질문하는 것은 왜 도선국사께서는 이 나라 풍수지리설의 비조이시고 땅을 누구보다도 잘 보는 혜안을 가지고 있는 분인데 어떻게 지금의 터에 본인의 육신을 묻게 하였을까? 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나의 생각이 틀릴 수 있다. 도선국사께서는 그 이상의 무엇을 예비해 두셨을 수도 있다. 우리의 생각 이상의 가치를 예견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역사의 진실을 위해서도 새롭게 제기되는 다른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 적어도 전문가들이 현장을 찾아보고 '도선탑비' 내용과 일치되는 땅이 있다면 먼저 기초지표조사라도 해 보는 것이 역사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우리 후손들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진실을 기록해 가는 역사의 강은 항상 바르게 흘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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