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바다. 깊고 짙은 곳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가고픈 곳을 꿈꾼다. 물결의 흐름과 더불어 자신의 손으로 서투르게 노를 젓는다. 훈련이 덜 된 탓에 이따금 근육통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 길이 맞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성공할 수 있을까요’ 필연적인 불확실함의 여정 위, 나는 원동력이 되어 주고 싶었다.

매일 아이들을 만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어떻게 사는지, 어떻게 살고 싶어하는지 귀 기울인다. 그들은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어쩌면 자기 자신조차 몰랐던 것이 조금씩 형체를 드러냈다. 그것을 꿈이라 이름 붙였다. 허상이 되지 않도록, 발딛고 사는 현실이 되도록 같이 걷기로 했다.

내 역할은 각자의 영혼에 내재되어 있는 가능성을 일깨워 주는 것이었다. 하루를 분 단위로 나누어 뭘 하면 좋은지 같이 고민했다. 열권이 넘는 책들을 하루에 얼만큼씩 풀면 좋을지 같이 양을 정했다. 함께하는 시간동안 그 무엇이든 결코 내가 독단적으로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설령 그게 내게는 옳은 방식이었을지라도 다른 사람에게까지 언제나 옳으리란 법은 없기 때문이었다. 

가야할 길이 고되고, 멀게 느껴질수록 더 하루에 충실할 것을 권했다. 불안감은 결핍에서 나오고, 결핍은 부족함에서 초래된다. 자아에 대한 불안감이 찾아들어서 힘들다는 서러움을 들을 때면 그 하루를 조금만 더 꽉 죄어 살자고 토닥였다. 부족함이 느껴져서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또한 그것을 채우려 노력할 수 있음을 알려 주고 싶었다. 이는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했다.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을수록 묵묵하게 정진하려 애썼다. 내가 무척 좋아하고 존경하는 교수님의 표현인 “뼈를 깎는 고통을 견뎌 낸 후에 도달할 수 있는 경지”를 가슴에 품고 살았다.

이러한 생각의 틀을 아이들과도 나누고 싶었다. 최소 일 년, 적어도 삼 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자기와의 싸움을 견뎌낸 자는 앞으로 어떤 풍파를 맞이할지라도 버텨낼 수 있고, 너 또한 그런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적어도 학창 시절의 나는 이 말로 그 오랜 시간을 견뎌냈기 때문이다. 스스로 걸어갈 수 있을 힘을 주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했다. 동시에 나와 다른 점들을 인정하며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판단을 내려야 했다. 사고의 틀을 보여주되 생각의 내용을 강요하지 않는 것. 이것이 조력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교과서 속 내용의 전달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방식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것도 필요하다. 자신이 소중히 품을 수 있는 신념을 가질 수 있는 첫 시기인 학창 시절. 나를 만나는 아이들이 고민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계산 가능하고 답이 정해진 문제들을 풀어내며 그럴 수 없는 문제들에 다가갔으면 좋겠다. 노력의 양면성에 무너지다가도 다시 일어나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자신의 세상을 넓히며 소중함이 늘어나는 청춘을 보내면 좋겠다. 그를 위해 나는 오늘도 무엇을 할 지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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