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사람들은 이렇게 묻곤 한다. 도대체 시가 현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고. 이 물음에는 약간의 조롱이 섞여 있기도 하다. 만약 그렇게 묻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전혀 사랑을 해 보지 않았거나 또는 자기 삶과 공동체를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낼 뿐이다.

사랑하게 되는 순간 사람은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되고 들리지 않던 것을 듣게 되는 능력을 터득하게 되는 법이다. 한마디로 자기도 모르게 자발적인 시인이 된다고나 할까.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자. 요즘 이곳저곳에 꽃이 피는 모습을 보고서도 그 꽃을 찬탄할 마땅한 언어가 없다면 얼마나 불행하겠는가.

당신의 직업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당신의 삶을 그만큼 아름답게 가꾸겠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재료는 역시 적합한 언어를 획득하는데 있다. 새로운 언어를 획득하게 되는 순간, 내면은 감탄을 쏟게 되는데, 그게 바로 행복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요즘은 마음의 시선(詩線)을 높이기에 딱 좋은 봄날이다. 결국 당신이 바라보는 시선(詩線)의 높이가 곧 당신이 추구하고 있는 삶의 시선(視線)이 되는 셈이다. 봄에 시인이 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언제 시인이 되겠는가. 그렇다. 지금은 꽃들의 花音에 귀와 마음을 적시며 시인이 되기에 알맞은 계절이다. 봄을 찬미할 적절한 언어를 확보했다면 그대가 바로 詩人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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