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이것이야 말로 영원한 진리다. 그런데도 우리는 영원을 꿈꾸며 살아간다. 종교는 영원을 성취하기 위한 대체물에 다름 아니다.

어쩌면 신이 인간을 만들어 낸 게 아니라 인간이 신을 만들어냈는지 모른다. 요즘 광양읍 중앙도서관이 한창 리모델링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사람들에게 잘 읽혀지지 않는 책은 따로 보관을 하다가 그도 여의치 않으면 솎아서 폐기처분한다.

그 많은 책을 다 보관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사람이나 책이나 수명이 다하면 그렇게 폐기 처분되어야 한다. 그게 또한 세상의 이치다. 흔히 도서관을 나무들의 무덤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참으로 일리 있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책의 재질이 나무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옛 문헌에 기록하기를 “검은 구름을 열고 햇빛이 나타나면 만물은 그 모양을 감출 수가 없다. 서적을 펴 놓고서 고금을 생각하면 천지도 그 진상을 감출 수가 없다.”고 했는데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인류가 발명한 것 중 가장 위대한 ‘발명’은 책이 아닐까 싶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 위대한 발명을 너무 대수롭지 않게 대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가면 책은 비록 폐기 처분이 되겠지만 책이 남긴 정신은 영원한 법이다. 요즘처럼 꽃피는 봄날엔 자고로 백화쟁비독서향'(百花爭比讀書香)을 이야기 해야 마땅하다. ‘백 가지 꽃의 향기가 독서의 향기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인데, 하느님도 부처님도 모두 한 권의 책이 된 이유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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