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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의 사색김유진 시인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19.01.2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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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아는 지인들과 순천 선암사를 찾았다. 겨울이라 그런지 선암사는 생각보다 한가했다. 우리는 지인의 안내를 따라 승범 총무스님을 만났다. 승범스님은 차를 마시기 좋은 아담한 방으로 우리를 안내 했다.  그곳에는 우리가 잊고 살았던 오래전 향취가 나는 듯했다. 함께 한 일행은 스님의 차 대접을 받으며 차에 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고대와 중세 때에 매우 발달한 차문화가 조선시대까지도 그 맥이 이어졌던 것을 알 수 있다. 허황옥이 가야의  김수로와의 혼인을 위해 인도의 아유타국에서 배를 타고 올 때 차를 가지고 왔다는 설이 우리나라의 최초의 차문화 유입설이다.  

특히 고대왕국이었던 고구려 백제 신라는 일상적으로 차를 즐겼던 것을 알 수 있다. 누군가 가정을 방문하면 차부터 내놓는 관습이 그러하다. 이때부터 다반사(茶飯事)라는 말이 파생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고대의 차문화는 주로 왕족이나 귀족들이 즐기는 특권층의 문화였기 때문에 서민들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스님은 요즘 우리가 녹차라 부르며 마시는 차는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넘어가 다시 우리나라로 재수출이 되는 무역의 형태의 하나라고 했다.

녹차는 기계로 베어낸 후 쪄서 말리지만 수 백 년 전수되어 온 선암사 차는 손으로 일일이 따서 하는 수작업과 찻잎을 볶아서 만든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흔히 마시는 기존의 녹차 맛과는 많이 달랐다. 녹차는 처음 맛이 조금 개운하고 뒷맛이 조금 떫다면 스님이 주신 차는 갈색 빛이 도는 것이 마치 중국의 우롱차 같은데 그 맛은 우리네 숭늉처럼 구수했다. 아마도 스님께서 차대접을 해주신 곳이 옛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아늑한 방이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선별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지만, 선암사 차를 대접 받아 본 사람들은 반드시 주문을 한다고 하니 특별한 차인 것은 확실해 보였다. 

스님은 차를 우리고 마시는 과정이 우리네 인생하고 비슷한데, 요즘 사람들은 너무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어쩌면 1회용 인스턴트의 영향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적어도 사람과의 만남은 3년을 사겨보고 난 후에 판단을 해도 늦지 않다는 스님의 말을 들으며 잠시 오늘날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요즘은 정말 만나고  헤어지는 게 너무나 쉬운 시대가 됐다. 마치 일회용 부속품처럼 사람을 대하는 것이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그 시대의 문화를 따라가게 마련인데 흔히 하는 말로 이게 요즘 시대정신인 것이다. 

‘신화의 힘’ 이라는 명저를 남겼던 조지 캠벨은 “신화는 시대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다.”고 말했는데 인간과 역사 또한 시대의 환경에 맞는 옷을 갈아입을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문화를 낳기는 하지만 결국 그 문화에 우리가 종속되는 셈이다. 

그나저나 5일 후면 설날이다. 생각하면 날이야 항상 같은 그날이 그날이지만 설날이 우리에게 주는 상징적인 의미는 남다르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은 어떤 특정한 날을 기념하면서 삶의 반복과 지루함을 이겨내고 마음의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것이다. 아마 지금쯤 마음은 이미 고향에 가 있겠지만, 이번 설날에는 따뜻한 녹차를 마시면서 가족들 간에 좋은 대화들 많이 나눴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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