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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의 출발점에서  조춘규 前보건소장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19.01.2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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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들의 퇴직을 보면서도  나의 미래는 그려보지 않았다.  나에게 그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퇴직한 선배들이 적어도 10년 전에는 미리 퇴직을 준비해야 된다고 얘기 할 때도 나는 무디고 무딘 감각으로 흘려들었다. 막상 퇴직을 위한 공로연수에 들어가 한 보름 남짓 쉬고 보니 아직은 많이 실감나지 않지만 지게에 무거운 짐 지고 가다 벗어놓은 것처럼 홀가분한 가운데 ‘아~~ 이제 현실이구나’ 하고 실감이 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앳된 소년으로 공직에 입문하여 40년 만에 이마가 벗겨지고 머리는 염색을 하지 않으면 하얀 백발이 되는 나이에 퇴직을 맞이하고 보니 기분이 야릇하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순리로 받아 들여야 하는 누구나 맞이하는 정년, 우선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쉬고 싶다. 많은 분들께서 “퇴직하면 뭣 헐랑가?”“ 좀 놀아야지요! 40년을 일했는데 이제는 좀 놀고 싶네요 ” 

하지만 40년을 넘게 일에만 매달려 살아오다 보니 자칫하면 논다고 노는 것이 아니고 그저 무의미하게 술이나 먹고 돈 쓰면서 노는 것은 방탕한 생활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닐 것 같다. 친구들 대학 다니며 당구장에서 놀 때 나는 그리 못했으니 이제 친구들과 어울리며 틈틈이 당구도 치고 백운산에 올라 광양만을 바라보며 나를 돌아보리라 다짐하지만 “그래봐야 몇 년이나 하겠는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퇴직한분들 중에는 재취업을 해 경제활동을 하기도 하고 취미생활을 즐기기도 한다. 그래서 퇴직을 한다하면 많은 분들이 인생 2막의 시작이라고들 한다. 인생 2막의 시작은 앞으로 무엇을 하려고 잔뜩 일을 벌일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아내와 둘이 우리나라 곳곳을 여유롭게 여행 하면서 그동안 직장 일 핑계로 소홀히 대했던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갚아 주려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여행하는 것도 좋지만 둘이서 일정과 시간에 구애됨이 없이 목적지만 정해서 주변을 둘러보고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 그리고 나를 찾는 여행을 하고 싶다. 

가다가 산이 나오면 산으로 가고 명승지가 나오면 그곳에 가 보고 먹고 싶으면 먹고 바다를 바라보고 싶으면 해변에 걸터앉아 턱을 괴고 푸른 물결 일렁이는 바다를 소년 소녀처럼 바라보며 둘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이 들어가면서 무슨 청승이냐 할지 모르지만 나이가 들어도 청년의 감성은 아직 가슴 속에 있으니까.   

 두 번째는 시골에 조금 있는 논 밭뙈기 직접 지어 볼 계획이다, 우리 부모님이 논 댓마지기 지어서 어렵사리 고등학교까지 보내 주셨는데 이제 내가 농사지으면서 부모님의 고충을 이해해 보려 한다. 광양서 낳고 자란 친구들도 그랬듯이 나 또한 농촌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학교 다닐 때 겨울이면 지게지고 산에 땔나무 하러 다니기도 했고, 보리 베고 나락 베고 농사짓는 일에 부모님을 도와 드리기도 했다. 그래서  고향의 논 천여 평 중 두 마지기는 지금도 직접 짓고 있다. 농사가 생각보다 어렵고 소출은 생각보다 많다. 농사가 돈이 안 되고 힘만 든다는데 그래도 농사는 천하지대본이다.

  세 번째는 30년 동안 백운산 아래 터를 잡고 살아오면서 가슴 따뜻한 사람들에게 이제는 무엇인가 돌려줘야하는 삶을 살아보고자 한다. 30여 년 동안 여기에서 내가 받은 것이 얼마인가? 돈? 그것으로 어찌 환산하겠는가? 아직 힘 있을 때 나부대며 지역에 티 나지 않게 갚아 나가려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지금까지 나를 품어준 광양에 대한 보답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몇 가지 일만 하고자 해도 현직에 있을 때만큼 바쁘게 살아야 할 것 같다. 

  많은 분들이 퇴직하면 제일 먼저 앞을 막아서는 것이 금전 문제라는데 나는 금전도 모으지 못했고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도 전담 1300여평이 전부다. 하지만 돈보다 소중한 평화롭고 화목한 우리가족이 있고 가슴 따뜻한 광양이 있고 주변에 좋은 친구들을 두어서 이 보다 더 행복한 삶을 어디서 찾겠는가? 이제 광양에 살면서 내 옆에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아웅다웅 지지고 볶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 기행도 하면서 살아가련다. 

  인생 뭐있겠는가? 나이 들어가면서 아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이제 시작하는 인생 2막도 그저 남에게 폐 안 끼치고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삶에 희열을 느끼고 살면 족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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