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마동 모 아파트 근방에 완공된 청소년 쉼터 문제를 놓고 행정과 주민들이 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모양이다. 누구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왜 주민들은 복지시설의 하나인 쉼터를  그렇게 반대하는지 모르겠다. 아마 비행청소년들이 쉬어가는 곳이라 생각해서 그러지 싶은데, 하지만 그건 아니다. 아니, 비행청소년은 없다. 굳이 있다면 우리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뿐이다. 언제까지 우리가 그런 문제로 소모적인 갈등을 해야 하는 것인지, 그저 암담한 심정이다. 적극적으로 그들을 품어 안겠다는 열린 마음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일까?  

이 시점에서 다시 사회정의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공리주의자들은 ‘최대다수의 최대 행복’을 사회 정의라고 주장하는 반면에 자유주의자들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을 정의라고 봤다. 그러나 필자는 공동체주의자들의 정의를 좋아한다. 그들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을 가장 적합한 사회적 정의라고 본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함께 살아가야하는 존재다. 싫어하는 사람도 좋아하는 사람도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게 사회다. 생각 같아서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하고만 살아가고 싶은데,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좀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공동의 희생정신이 밑받침 될 때 가능해진다. 시장 중심주의와 개인 중심주의는 정의를 실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름과 공동선(共同善)을 지키기 위한 양보와 양해가 없다면 우리 공동체는 끊임없이 갈등과 반목만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우리가 감당하게 될 것이다. 

갑자기 서두에 긴 사설을 늘어놓는 것은 바로 청소년 쉼터 문제로 인해 행정과 지역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모습이 여간 불편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2월말 개관을 앞두고 있는 청소년 쉼터는 주민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혐오시설이나 기피시설이 아닌 바로 복지시설이다. 가정형편이 갑자기 어렵거나 또는 가정불화로 인해 가출한 청소년이 잠시 쉬어가는 쉼터다. 그곳에서 살아갈 용기와 힘을 공급 받는 것이다. 그런데도 주민들이 자기 지역에는 안 된다고 현수막을 내 걸며 반대하는 모습을 볼 땐 여간 마음이 아픈 게 아니다. 

우리 자식만 잘 된다고 사회가 잘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아니 그들이 잘못된 길로 빠지게 되면 사회적 비용은 누가 감당을 하겠는가?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을 우리가 따뜻하게 품지 않는다면 누가 품겠는가. 그들도 다 우리의 자식들인 만큼 모두가 공동으로 양육하고 훈육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이런 쉼터는 공개를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행정에서도 조용히 진행을 했는데, 이제 언론과 지역민들이 모두 알게 됐으니, 이 또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게 됐다. 요즘 같은 시대에 비밀을 유지한다는 게 불가능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만천하에 드러낼 일은 아니다.

쉼터의 성격상 비밀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 알고 있다시피 좋은 사회는 몇 사람이 나선다고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 서로 협력하고 양보해야만 만들어갈 수 있다. 이 뻔한 말이 실천으로 옮겨질 때 그나마 우리가 꿈꾸는 좋은 사회에 한발 다가가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청소년 쉼터에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일과 그들을 소리 없이 응원하는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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