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사소(些少)한 것들이 참으로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아니 너무 사소해서 때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 질 때가 있지만, 그 사소한 것이 곁에 없으면 얼마나 불편한지 모릅니다. 

우리 주변에 그런 것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쓰레기통이 그렇고 귀이개가 그렇고 손톱깎이가 그렇습니다. 이런 것들은 너무 하찮게 여겨지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모르다가도 막상 그런 도구들이 없어지면 그제야 소중함을 발견하곤 합니다만, 어디 생활용품만 그러겠는지요. 사람들 관계도 그렇습니다.

아침마다 밥을 차려주는 아내도 그렇고 사무실에서 따뜻한 유자차를 끓여주는 여직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내에게 온갖 허드렛일을 다 시키지만 그게 소중하다는 것을 모를 때가 너무나 많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곤 합니다. 일상이 탈 없이 잘 돌아간다는 것은 그처럼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막힘없이 다 제자리에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는 자신을 볼 땐 온갖 만감이 교차하게 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한 해도 토끼 꼬리만큼 남았습니다. 인생이란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선분이 되고 선분이 모여 면이 되고 면이 모여 입체가 되는 과정과 똑 같다고 생각합니다. 하루가 모여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모여 1년이 되고 그게 쌓이고 쌓이면 인생이라는 탑이 완성 되는 것입니다.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때로는 공짜로 그냥 주어지는 것처럼 여길 때도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故 스티브 잡스는 시간과 관련해 이런 말을 남겼더군요. “인생에서 당신이 가진 유일한 자산은 시간이다. 그 시간을 당신을 향상시키는 멋진 경험을 쌓는데 투자한다면 손해 볼 가능성은 없다.” 십분 동의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시간 관리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는 것입니다. ‘언젠가 우리가 마주칠 불행은 과거에 우리가 소홀히 보낸 어느 시간의 보복’ 이라는 다소 철학적인 명제를 대할 때면 가슴이 철렁해지기도 합니다. 이제 시간이 돈이라는 말은 너무 식상해져 가슴에 와 닿지도 않지만, 그 명제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사람은 금전을 시간보다 중하게 여기지만 그로 인해 잃어버린 시간을 금전으로 다시 구매할 수가 없는 법입니다. 
공자님도 가는 세월 앞에서 이런 탄식을 뱉었더군요. ’서자여사부(逝者如斯夫) 불사주야(不舍晝夜)‘ "지나가는 것들은 모두 이와 같아서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구나“ 그렇습니다. 시간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흘러갑니다. 다만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뿐입니다.

다석 유영모 선생님은 시간은 칼날과 같다고 강조하곤 했습니다. 즉 날(日)은 곧 날(刀)이라는 것입니다. 시간을 영어로 타임(Time)이라고 하는데 그 어원도 ’자른다‘ 라는 ’템노’에서 파생 된 것을 보면 일리가 있지 싶습니다. 또한 ‘템노’는 ‘경멸하다’ ‘업신여기다’는 뜻도 함께 들어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의미가 깊다 하겠습니다.

시간을 함부로 대하는 자는 업신여김을 당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시간은 우리 인생을 잘라 들어오는 칼날과 같습니다. 그런데도 무심코 흘러 보낸다면 그야 말로 삶의 직무유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지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다짐해 봅니다. 남은 한해도 마무리 잘 하고 새해 역시 시간 관리를 잘하겠다고요. 물론 당신도 그렇게 마음먹었을 겁니다. 모쪼록 남은 한해 마무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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