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에 서면 다들 세월의 무상함 앞에 마음의 공기가 빠져 나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젊으나 늙으나 세월은 공평하게 흘러가게 마련이다.

세월부대인은 도연명의 시로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기 때문에 아끼라는  말인데, 원문 전체를 보면 조금은 묘한 뉘앙스를 풍긴다.

마치 세월을 아껴서 열심히 공부하고 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 즐거울 때 풍류를 즐기며(得歡當作樂(득환당작락)) 한말 술로 이웃과 어울리라(斗酒聚比?(두주취비린))는 일종의 권주가(勸酒歌)다.

그냥 일상의 삶을 있는 그대로 즐기라는 그런 단순한 의미를 담고 있는 시다. 가만 생각하면 일리는 있다.  삶이란 게 그렇게 위대한 것처럼 보이지만 때론 바람처럼 허망하기도 한 것 또한 사실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연명은 “인생은 뿌리도 꼭지도 없으며 들길에 날리는 먼지와 같다”고 읊었던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그러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기쁘게 살고 또 이웃과 잘 지내며 살아야하는 이유가 되는 셈이다. 이제 곧 있으면 애주가들을 즐겁게 만드는 송년이 될 텐데,  이런 시 한 줄로 안주를 삼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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