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연수원에 왔을 때 진녹색으로 흔들리며 녹음(綠陰)을 내주던 나무들이 어느새 울긋불긋 각양각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한 폭의 수채화를 들여다보듯 바라보다 지난 6주간 동안 나는 어떤 색깔로 물들었을까 생각한다. 일생에 한 번 뿐인 5급승진리더과정……. 설렘으로 가득하던 가슴은 이제 어느 정도의 무게감으로 차고 있다. 연수원을 나선 후의 내 삶의 색깔은 또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알기에 가슴에는 물론 양쪽 어깨에도 무게가 실린다. 

 함께 호흡하며 더 나은 개인의 미래와 이 사회에 미칠 개인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애쓴 교우들과 아낌없이 가르쳐주신 교수님들 모두께 감사를 드린다. 아름답게 변해가는 자연의 위대함에 고개를 숙이며 동고동락 했던 이들과의 날들에 무한 감사함을 갖는다.          

뉴스에서나 봐오던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해 묵념을 할 때는 울컥 하기도 했다. 그래서 저절로 엄숙한 다짐을 하게 됐는지도 모른다. ‘이충무공처럼 나라를 구할만한 큰 그릇은 아니지만 나머지 공직생활을 뜻있고 보람 있게 살겠습니다.’하며 어린아이처럼 웅얼거렸다. 

문득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났다. 면사무소 앞으로 등하교 할 때마다 속으로 다짐하는 게 있었다. 공무원이 돼서 착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었다. 방법을 잘 몰라서 나라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안타까웠고 나아가서는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공무원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꿈꾸던 공무원이 됐지만 생각처럼 보람이나 의미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랬기 때문이었을까, 현충원에서의 묵념은 나를 더욱 숙연하게 만들었고 공무원으로서의 사명감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또 다짐을 했다. 
 ‘초심을 잃지 말자! 10살 때 꿈꾸던 그 길, 아름답게 마무리 하자!’
훌륭한 리더는 조직원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는 강사님의 말이 지금도 가슴을 묵직하게 한다. 그는 조직을 움직이는 리더의 역량을 빙산에 비교했다. 빙산의 보이는 부분은 기술과 지식이고 보이지 않은 부분은 소통, 감성, 사랑이라는 것이다.

흔히 보이는 부분만 중요시하고 보이지 않은 부분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빙산의 보이지 않은 부분까지 갖춰야 비로소 진정한 리더, 훌륭한 리더가 되는 것이라고 강사는 덧붙였다.   <로컬푸드 활성화를 통한 농촌소득 증대>라는 주제로 열린 분임토의 시간 또한 많을 것을 깨닫게 했다. 진지한 토의를 위해 1박2일 동안 현장을 방문하거나 기초자료를 수집하는 일, 분임원들의 편리를 위해 잠자리와 식사를 챙기는 일, 보고서를 기획하는 일 등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을 진행함에 있어 협력은 곧 사랑이요, 사랑하면 협력하게 된다는 것을 배웠다.  

가정은 물론 국가조직 역시 사랑이 있으면 불가능할 게 없다는 생각과 함께 소통과 협치, 사랑하는 능력을 갖춘 리더가 되리라 마음을 다졌다.  또한 교육과정에서 배웠던 지방재정· 지방자치제도· 공공갈등관리· 행정법에 대한 지식을 잘 적용하면서 통찰력과 지혜를 키우는 데에 더욱 힘써야겠다고 마음을 다독였다.    6주간의 교육을 마치고 연수원 잔디밭에 앉아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기도했다.  귀한 교육을 수료한 우리 모두가, 백범 김구선생이 꿈꾸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화국가’를 가꾸어가는 공직자가 되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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