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사람들은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불렀다. 그러나 요즘은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가을은 산과 들로 나들이 가기 좋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길 가는 사람 모두를 붙잡고 물어보라. 누구나 좋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 만이다. 책을 좋아할지언정 책을 읽지는 않는 것이다. 

물론. 책 한 권 읽는다고 당장 자신이 달라지거나 성공을 하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간혹 그런 사람이 있지만 극히 드물기에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책은 농부가 밭에 씨를 뿌리는 것과 똑 같다고 볼 수 있다.

마음 밭에 언어의 씨를 파종하게 되면 그 씨가 자라서 결국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흔히 책장과 책장 사이를 페이지라고 말하는데, 페이지의 어원을 보면 ‘파구스‘ 즉 ’밭고랑‘에서 파생됐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결국 책을 읽는다는 것은 행복과 가능성의 씨를 마음의 고랑에 심는 행위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모두 생각으로부터 비롯되는데, 그 생각의 재료가 바로 독서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독서의 부피를 마음의 부피라고 말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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