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25년 만에 노동조합 문제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동시에 뛰어들면서 노조끼리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으며, 정치권까지 가세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포스코는 민주화 열풍에 힘입어 1988년 조합원 1만8000명을 거느린 한국노총 계열의 거대 노조가 만들어졌지만 1991년 노조 간부의 금품수수 비리가 터지면서 급속도로 힘을 상실한 후 사실상 '무노조 경영'을 해왔던 터라 이번 노조 경쟁에 여간 당황한 모습이 아니다.

노조갈등의 시작은 지난 달 17일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금속노조 포스코 지회가 공식 출범했다고 밝힌 것에서 출발한다. 같은 날 한국노총도 '포스코 노동조합 재건 추진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여는 등 맞불을 놓았다. 추진위는 기존 포스코 노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한국노총이 만든 조직이다. 추석 연휴인 지난 달 23일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노조원 5명은 포항시 남구 포스코인재창조원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에 들어가 근무 중이던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문서 일부와 직원 수첩을 들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하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지난 달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포스코가 사내에서 노동조합을 무너뜨리려 부당노동행위를 시도한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며 공개했다. 추 의원은 "포스코가 올해 들어 노무협력실 산하에 노사문화그룹을 신설했고, 이 그룹이 노조 와해 문건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포스코 측은 "최근 노사관계 상황을 고려해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 방안 마련이 시급해 휴일 근무를 하고 있었다"며 "노조원들의 폭력·절도 등 불법적인 행동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맞섰다.

또한 금속노조와 노조원 가입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노총이 의심의 눈초리를 받자, 성명서를 내고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조합원 등이 비대위에 사실관계와 무관한 어용 프레임을 뒤집어씌우고 있는 것을 심히 우려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처럼 노조설립이 갈등을 빚자 포스코 안팎에서는 노사관계가 외부의 입김에 의해 휘둘리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조가 정치색을 드러낼 경우 경영활동 제약은 물론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새로 설립되는 노조와 기존 노경협의회의 관계 설정도 문제다. 포스코는 1997년부터 노경협의회를 직원대의기구를 운영, 20년 넘게 임금협상, 복지·근로조건 등을 처리해 오고 있는 중이라 이들의 위치를 어떻게 설정하는가 하는 것도 문제다.

한편 노경협의회는 지난 달 28일 전 직원에게 보낸 '최근의 노사관계를 걱정하는 입장문'에서 "외부 단체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 달라. 회사와 노조는 허위사실 유포와 근거 없는 비방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하며 노사갈등 봉합에 나섰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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