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처럼 더운 때는 없었던 것 같다. 기억이란 늘 왜곡이 심한지라 분명히 작년에도 무척 더웠을 텐데도 올해가 더 더운 것처럼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방송과 언론매체까지 가세해 올해처럼 더운 때는 없었다고 매일 보도를 하는 바람에 더 그랬지 않나싶다. 그래서 휴가철에도 멀리 가지 않고 집 근처에서 맴돌았다.

기껏해야 가까운 영화관에서 영화 한 프로 보고 점심을 먹고 나니 그럭저럭 하루가 지났다. 워낙 더워서도 그랬지만 멀리 떠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나마 도서관을 몇 번 왔다 갔다 하고, 빌려온 책을 주마간산 격으로 훑어보다 보니 휴가가 훌쩍 지나갔다. 원래 혼자서도 잘 노는 성격이라 딱히 심심하지는 않았다. 

솔직히 볼 것도 많고 배울 것도 많은 세상이라 무료할 틈이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무더위에도 노인네 몇은 길가에 좌판을 깔고 몇 푼 되지 않을 푸성귀를 팔고 있었고, 택배기사들은 옷이 소금에 절어도 묵묵히 집 앞까지 물건을 배송해 주었다 아, 돌아보면 얼마나 고맙고 착한 사람들인지. 순간 덥다는 불평이 입까지 나왔다가 쏙 들어갔다. 잠시만 주변을 돌아보면 모두가 그렇게 자기 일을 묵묵히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나마 요즘은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해져 살만해졌다. 이번 주 목요일이 처서인데 말 그대로 더위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기상예보다. 더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일요일 오후, 집으로 돌아가던 중 아파트 통로 현관 유리창에 붙어 있는 메뚜기 한 마리를 보았다.

어쩌면 저 메뚜기도 날이 너무 더워 에어컨 있는 아파트로 들어가고 싶어 그랬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짠했다. 메뚜기도 더위에 지쳐서 그랬는지 카메라를 바짝 갔다대도 전혀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넌 뭐하는 놈이냐? 하는 그런 내공의 힘이 느껴질 정도였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급 궁금해진다. 그 메뚜기는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아마 잘 살고 있을 거라 믿는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견디며 잘 살아왔던 것처럼.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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