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자 광양경제신문에 여순사건에 대하여 광양시도 조사가 필요하다는 기사가 났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여순사건이 무엇인지 지역민들이 우리 부모들이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 모른다. 그저 역사 속에서 여순반란 사건이라고 공산도당들이 일으킨 반란사건이라고만 배웠다. 그때 산속으로 들어간 반란군들을 지금은 빨치산이라 하지만 그때는 반란군이라 했다. 지금이야 그들을 재조명 해보기도 하지만 산속으로 들어간 이들이나 무고하게 시달린 양민들이나 시대가 낳은 피해자들이고 아픈 역사의 일부분이다.  
 

어릴 때 한여름 밤이면 마당에 모깃불 피워 덕석 깔고 할머니 무릎에 누워 보릿고개에 먹을 조금 아껴둔 양식하며 곡식을 모조리 반란군(?)이 털어가고 쑥과 나물 뜯어 멀건 죽 쒀먹고 송쿠(소나무 겉껍질을 벗겨내면 보드라운 속껍질이 나온다) 벗겨 죽 쒀서 먹던 배고픈 시절을 살았노라던 할머니의 그 시절 푸념을 밤하늘에 별을 헤며 듣던 때가 엊그제 같다. 
 

우리 동네에 조그만 뒷산이 있다. 우리는 어려서 신나게 다양한 놀이를 하며 놀았는데 그곳은 여순사건당시 경찰이 주둔했던 작전상으로 매우 중요한 진지였다고 한다.
삽재 팔동으로 들어가는 길목이요, 삽재 팔동은 백운산에서 내려오는 병력이 구례로 진출하는 길목이었기에 전투가 오랫동안 치열했다한다. 그래서 우리 동네 애매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많이 죽어 지금도 제사가 같은 날이 많이 있다. 돼지 교미시키러 가다가 총에 맞은 사람, 이런 저런 이유로 모두 한꺼번에 잡혀가 송치재 근처 계곡에서 죽은 사람 등 여순사건의 아픔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데 아직도 우리 곁에 있다.
 

그때 죽어간 사람들의 가족들은 왜 죽었는지도 모르고 통곡 속에 초상 치르고 한세월을 보내다 그렇게 저렇게 남편 곁으로 가고 이제는 생존자가 거의 없다. 그분들의 아픔은 누구도 치유해 주지지 않고 그냥 저냥 세월과 함께 묻혀 넘어가고 한 많은 세월을 과부로 살다 세상을 등졌다. 이제라도 그 사람들의 아픔을 달래주려면 그 시절 한 많은 세월을 들어야 하는데 다 죽고 없는데 누가 해주랴~~잘난 사람들은 기록이라도 있지만 산 아래서 살던 불쌍한 사람들은 기록도 없다. 이제 몇이라도 남은 사람들에게 듣고 사료 찾고 그래서 그들의 한을 풀어주는 것은 우리의 몫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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