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뿐’이라는 낱말은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 이나 부사어 뒤에 붙어, ‘그것만이고 더는 없음’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를 말한다. 그런데 이 글자가 어디에 붙는가에 따라 심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이 세상을 구원할 자는 오직 예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이 조사는 참으로 절대적 권위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우리를 구원할 자는 예수뿐” 이라는 문장과 “우리를 구원할 자는 예수도“라는 문장은 해석에 따라 하늘과 땅차이만큼 큰 격차가 난다. 이와 반대로 ‘도‘는 체언이나 부사어 뒤에 붙어, 어떤 것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역시나 그러한 것임을 나타내는 보조사다. 

한 대상이 아닌 다른 대상도 동일하게 수용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구원의 절대성을 내세우는 기독교인들에게는 쉽게 용납할 수 없는 보조사인 것이다. 

이 세상의 대부분 싸움은 ’뿐‘을 강조할 때 발생한다. 오직 ’나뿐‘이고 오직 ’우리뿐‘이라고 고집할 때 불신과 원망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뿐‘ 대신 ’도‘를 수용하게 되면 그만큼 많은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뿐‘의 세계에서 머물기를 좋아한다. 어쩌면 타인을 수용하고 인정하게 되는 순간, 자신의 정체성을 잃게 될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두려움 때문인지 모르겠다. 하여튼 이놈의 ’뿐‘이 문제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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