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땅이 있어야 땅땅거리고 살 수 있는 나라다. 너도 나도 좋은 땅 한 평 가지려고 온갖 권모술수를 다 동원하게 되는 이유다. 물론 그들이 땅을 구입하는 이유는 오로지 투기가 목적일 뿐이다. 땅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그 땅에 무엇이 자라나는지 전혀 관심이 없다. 부동산 투기는 이제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당연한  일상이 되고 말았다. 나야 땅 한 평 없는 사람이지만, 나는 애초부터 부동산 투기는 범죄에 가깝다고 믿어 왔던 사람이다. 

며칠 전 한국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 대비 96.5%에 달한다는 기사를 보곤 기겁을 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다시 제2의 금융위기가 눈앞에 닥칠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인데 다들 느긋한 모습이라, 그 배경이 궁금할 지경이다. 하지만 이런 사회구조로는 절대 복지 평등을 가져 올 수 없고, 또 더불어함께 잘 사는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없다. 물론 더불어함께 잘 산다는 말이 얼마나 공허한 말인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은 그 말에 희망을 걸고 싶은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희망마저 제거한다면 정말 견딜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아직도 한국사회는 부동산의 불평등에 관해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이상한 시선을 던진다. 심지어 종교단체마저 부동산 투기를 하는 곳도 있고 또 그러한 것을 마치 재투자를 잘하거나 믿음이 좋은 것처럼 부추길 때도 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지난 30여 년 간 교회에서 설교를 해 온 내 자신이 그저 한 없이 부끄러워질 뿐이다. 하긴 변방에 살고 있는 늙은이의 목소리가 얼마나 사회에 영향을 미칠까만, 그렇다 해도 누군가는 말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이렇게나마 목소리를 내 보는 것이다.  

은행조차도 언제부터인가 부동산 담보대출 기관으로 변질 됐다. 완전히 투기적 금융자산 대출소로 바뀐 것이다. 저축한 돈을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죄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래야 빌려준 돈을 쉽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런 현상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난감하기 짝이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 국가의 평균 상위 10%가구들 자산이 전체 자산의 50%를 차지하고 상위1%의 자산이 전체 18%를 차지한다는 통계를 볼 때면 그저 가슴이 답답해진다. 결국 1대 99의 사회는 빈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재물의 한계를 국가가 법제화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이런 나를 보고 현실성 없는 소리라고 비웃기도 하겠지만, 70평생 자본주의 한 복판에서 살아온 내 경험상 그렇다. 아마 인간의 욕망이 끝이 없다는 사실을 본인들이 더 잘 알기 때문에 속으로는 은근히 내 말에 공감할 사람도 제법 많을 것이다. 다만, 재물의 한계를 국가가 통제는 하데 그 한계를 넘는 자산에 대해서는 명예가문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기념하면 될 것이다. 그래서 법적한계치 이상의 재산은 국가에 헌납하고 국가는 이 자산을 헌납한 사람이나 집안의 이름으로 사회에 되돌려주면 되는 것이다.

내가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대기업 회장들이 소유한 자산 때문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차명을 통해 분산해 놓은 자산이 무려 4조5천억에 가깝다고 한다. 도대체 개인이 그 많은 돈을 소유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내 능력껏 벌어 내가 쓴다는 데 당신이 무슨 참견이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국가라는 배를 함께 타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독식하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그저 능력이 좋다고 배우는 아이들의 인성에도 결코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치므로 이런 문제는 국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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