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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인간은 모두 뭔가를 기다리는 종말론 신자들이다
  • 홍봉기 기자
  • 승인 2018.05.1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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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오지 않는 미래를 기다리고 잡을 수 없는 희망을 기다리다가 생을 다 탕진하는 존재들이다. 아니, 이미 흘러가버린 과거에 미련을 두며 후회하고 또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기다리느라 현재를 덧없이 보내고 마는 어리석음을 범하기도 한다. 오죽 했으면 인간은 흙으로 빚어진 게 아니라 후회로 빚어진 존재라고 했을까. 

버스야 한 번 놓치고 나면 다음 차를 기다리면 된다지만 어디 인생이 그럴 수가 있겠는가. 그런데 어쩌면 그런 기다림 때문에 우리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꿈꾸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더 좋은 날이 오고, 애타게 기다리던 그대가 오고, 성공이 올 것이라는, 아니 그처럼 고대하던 신이 강림할 것이라는 종말론 신도처럼....

그래, 알고 보면 우리는 모두 뭔가를 기다리는 종말로 신도들에 다름이 아니다. 황지우 시인은 이런 사람의 모습을 시라는 도구를 빌려 절묘하게 표현했다.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다가오는 모든 발자국들은/
내 가슴에 쿵쿵 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하나도 다 내게 온다/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문을 열고 들어오는/모든 사람이 너였다가/너였다가, 너 일 것이었다가/다시 문이 닫힌다./사랑하는 이여/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마침내 나는 너에게 가고/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너는 지금 오고 있다/아주 먼 데서 지금도/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너를 기다리는 동안/나도 가고 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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