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4월 16일, 세월호 희생자 4주기를 보내면서 내 가슴이 또 한 번 미어졌다. 하늘도 울었고 땅도 울었고 바다도 울었던 해가 벌써 네 번째라니. 추모식에 참석하는 분들이나, 참석할 수 없었던 분들이나 1460일간 잊을 수 없었고 애통하는 마음들은 그날의 참상을 고스란히 가슴에 간직했을 것이다. 
 

차디찬 바다 속에서 공포에 떨며 살려달라던 생떼 같은 아이들을 생각할 때 마다 아파오는 가슴을 부여안고 오열하다가 쓰러진 가족들이 바로 우리 이웃이요 공동운명을 함께 살아가는 형제자매가 아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됐으니 그만하라’ 하고 심지어는 비난하기도 했다. 

우리공동체의 미래를 진도 앞바다에 수장시키고, 그 잘못에 대한 반성은커녕 위로도 하지 않고 온갖 거짓과 기만으로 아픔을 짓밟았다. 미래가 양양한 하늘 같은 귀한생명들을 304명이나 희생시켰는데 그만하라니 이것이 인간의 도리인가?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세상에 없는데 사람의 양심이 이토록 병들고 찌그러진 무리들이 있었다니 우리 시대의 비극이요 불행이다.

그러나 역사의 변화는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4주기인 지난 16일 청와대 수석. 보좌관회의에서 “오늘을 온 국민 안전의 날로 정한 것은 온 국민이 세월호 아이들에게 한 약속, 미안하다고, 잊지 않겠다고, 또 반드시 대한민국을 안전한 나라로 만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이것이 세월호 4주기를 맞아 우리가 여전히 아이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1460일간 수백만 명의 눈물이 아직 떠나보내기엔 아쉽고 허전하지만 그래도 하늘은 그들의 죽음을 헛되게 만들지 않았음을 알기에 유족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위로가 임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슬픔에서 치유받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이제 우리는 세월호의 아픔을 잊지 않으면서도 우리 앞에 다가오는 미래를 바라보아야 할 역사적 전환기에 접어든 것을 눈여겨보아야 하겠다. 평창 올림픽을 정점으로 남. 북간의 관계가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점이다. 잘 된다면 65년 전 맺었던 휴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선언하고 나아가서 평화협정까지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호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 엄청난 역사의 전환기를 맞아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어인가를 생각해야한다. 그것이 이 땅에 사는 국민의 온당한 도리가 아니겠는가? 발표에 의하면 한국이 다양성과 포용성정도가 세계에서 가장 하위권이라고 했다. 참으로 부끄러운 국민성을 어서 속히 털어버려야 한다.
 

민족의 운명을 생각하는 국민이라면 여도 야도 있을 수 없고, 보수도, 진보도, 다를 수 없다. 이런 평화의 기회가 또 언제 있었던가? 이것은 인간이 조작할 수도 없는, 오직 하느님만이 만드실 수 있는 각본이라 믿어진다. 

73년 동안 풀지 못했고, 이룰 수 없었던 남.북. 민족의 화해와 평화가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 주시려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한다. 이 엄청난 전환기를 슬기롭게 맞이하는 준비를 시작할 때가 온 것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마음을 모아 기도하는 일이다. 제발 싸움 없이, 피 흘림이 없이 남과 북이 그리운 가족들을 만나고 소통하게 되도록 기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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