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정치에 신물이 나게 된 이유는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들 때문이다. 농부가 농사짓는 일에 무관심 할 때 잡초가 번성하듯이 유권자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정치는 우리에게 피곤을 안겨 주게 된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세상에 정치적이지 않은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만 알아도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가정에서부터 시작해 직장과 사회와 국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정치로 시작해서 정치로 끝나는 법이다. 아니 죽은 후 염라대왕 앞에 가서도 정치적인 변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을 무슨 자랑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 내가 무관심 하는 동안 내가 내는 세금이 부당하게 쓰이고 부당하게 쓰이는 세금은 다시 우리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되는 법이다. 

우리는 지난 경선 때, 아침마다 후보자들이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거나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모습을 보고 쇼한다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었는데, 내 생각엔 결코 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쇼라고 해도 기분이 좋았다. 솔직히 그렇게 매일 아침마다 대로변에 나와 인사를 하거나 손을 흔들어 준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어쩌면 보통 사람들은 평생에 한 번도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사실 정치는 정책과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는 게 목적이다. 선거란 그런 일을 잘 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영어로 정치(politcs)와 정책(politc)이 스펠링 하나 차이라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하겠다. 물론 폴리틱(politc)은 ‘현명한’ ‘신중한’이라는 뜻도 함께 들어있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정말 정책을 제대로 제시하는 폴리틱맨(정책꾼)을 뽑아야지 그렇지 않고 인기에만 급급하는 폴리틱스맨(정치꾼)을 뽑아선 안 되는 이유다. 

지난주에 더불어민주당 도의원과 시의원 경선이 모두 마무리됨에 따라 이제 본격적인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 모든 선거가 그렇겠지만 이번 선거 역시 제대로 된 정책을 제시하는 후보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후보자들의 면면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그들이 제시하는 공약을 잘 살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할 때 정치에 ‘신물’을 느끼던 마음이 ‘신명’으로 바뀌면서 정치에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 법이다. 고대 아테네의 정치가였던 페리클레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 “당신이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해서 정치가 당신을 자유롭게 내버려 두는 것은 아니다”라고.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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