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글을 쓰다 보면 언어의 무의미성 앞에 절망을 느낄 때가 있다. 아무리 이 세상 단어를 모두 알고 있다고 해도 현상을 설명하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사소한 단어 하나를 분석하기 위해서도 수많은 이론이 배경이 되어야 한다.

소위 말하는 통시적 관점과 공시적 관점을 함께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하루하루 먹고 사는 사람이야 그런 것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말의 권위다. 사장님, 국회의원, 청소부 등 어떤 말에 따라 우리가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것만 봐도 말이 우리 태도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고급진 언어를 많이 소유한 사람이 상대방 감정을 더 쉽게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아”라고 반론을 제기하고 싶겠지만, 우리는 모두 언어의 억압 속에서 살다가 그렇게 쓸쓸히 죽어가는 존재에 다름이 아니다. 억울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쯤에서 말씀 어(語)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말씀이라는 말도 어떻게 해서 생겼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냥 그렇게 습득한 것뿐이다.

소위 말하는 이게 언어의 자의성(恣意性)이다. 저절로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증명하기 위해 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평생 말이란 것을 하고 살아야 하는 게 사람인지라 한번쯤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말씀 어(語)는 말씀 언(言)과 1인칭 대명사인 나 오(吾)자로 구성된 한자다. 그렇다. 말을 할 땐 적어도 내 인격을 걸고 해야 한다는 뜻이 숨어 있다. 나 오(吾) 자에 다서 오(五)자가 들어 있는 것도 나름 일리가 있다.

서양은 공간을 동서남북 사방으로 나누지만 동양은 오방으로 나눈다. 바로 가운데 중심이 오(五)인 것이다. 10의 중심이 5임을 생각하면 금방 이해가 갈 것이다. 말을 할 땐 중심을 잡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긴 이런 이론을 알고 있다고 해서 말을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사실을 알아둔다고 해서 손해 날것도 없지 싶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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