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윤동주문학연구보존회는 지난 27일 호텔 락희 연회장에서 ‘윤동주문학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윤동주 문학 왜 광양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은 윤동주 문학에 대한 이해와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한국 현대시와 윤동주’를 주제로 윤동주 시인에 대해 시간ㆍ공간ㆍ인간 등 3間간으로 나누어 알기 쉽게 설명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유 교수는 “윤동주는 우리 나이로 스물아홉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생애 마지막 경찰서와 감옥에 있었던 1년7개월을 빼면 그가 자유롭게 세상을 호흡한 ‘기록자로서의 생애’는 25년 6개월 15일 불과하다”고 전제하며 “모든 작품을 20대 초반에 썼으며, 그에게 20대 후반이 허락됐다면 더욱 훌륭한 작품을 남겼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간도를 떠나 평양 숭실중학에 입학하면서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인지했으며, 연희전문에 진학하기 위해 북간도를 다시 떠나면서 북간도 공동체의 역사적 가치를 뚜렷하게 알게 된 것”같다며 “윤동주를 ‘저항시인’으로 획일화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사랑’과 ‘부끄럼’이라는 인류 보편의 윤리적 가치와 그것으로부터 비롯한 ‘저항’이라는 실존적 행위를 함께 기억해 가야하는 게 오늘의 우리들이 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또한 “윤동주는 세상에서 보기 드문 인간이며 윤리적인 힘을 가진 시를 통해 끊임없이 우리를 부끄럽게 만드는 시인이다. 그가 언어를 남겼는데 그곳이 바로 광양이다”며 “윤동주 시가 광양을 통해 알려졌는데 아직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그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안타깝지만 정병욱 가옥만이라도 잘 활용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예언시인 윤동주’를 주제로  발제를 한 일본 교토여자대학교 우에노 준 교수는 “윤동주의 작품은 모두 116편으로 1934년 3편, 1935년 5편, 1936년 33편, 1937년 20편, 1938년 11편, 1939년 6편, 1940년 3편, 1941년 16편, 1942년 6편을 썼고, 그 후 작품이 80여 편이 있었다고 하나 일본경찰에 체포당시 압수돼 지금은 찾을 길이 없어 매우 안타깝다”며 “윤동주의 작품은 1939년 이전 작품과 이후 작품이 완성도는 물론, 작품에 담겨진 세계관도 차이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 시기에 윤동주는 기독교 신앙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느꼈으며, 일제치하에 신음하는 조국의 모습을 보게 됐다”고 해석했다.

우에노 준 교수는 윤동주의 후기 시 전체에 깔려있는 개념으로 ‘원죄관’, ‘구원관’, ‘말세관’을 들어 기독교 시각으로 설명했다.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했지만 주변에는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인 윤동주는 취미로 시를 쓴 것이 아니라 시를 통해 메시지를 남기려 했다”며 “가장 강력한 예언시인 중 한 사람이었던 윤동주는 인간이 구원을 받기 위해서는 그냥 바라기만 할 게 아니라 구원받을 수 있는 자격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고 풀이했다. 이어 “우리가 윤동주 시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기적인데 광양의 정병욱과 그의 어머니의 노력이 없었다면 윤동주는 세상에 없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윤동주 시인을 세상에 나오게 한 광양이 한반도에서 기적을 이룬 땅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동주 시 다시 읽기’와 ‘윤동주 시에 있어 광양의 의미’를 발제한 강희근 경상대 국문과 명예교수는 “선입견을 버리고 읽었던 윤동주 시 97편을 세밀히 정독한 결과 윤동주의 시는 '순질(淳質)의 언어'와 '십자가 언어'가 동시에 받쳐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했다”며 “순질의 언어는 윤동주의 동시로부터 기인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할 수 있으며, 십자가 언어는 윤동주의 시 세계의 한 꼭짓점인 그리스도사상의 시편들에서 읽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윤동주 시를  4대 거점으로 나눌 수 있다며  △제1거점-소년시기 북간도 ‘명동촌과 용정’ △제2거점-연희전문 시기 서울 ‘연희전문학교’ △제3거점-일본유학시기 ‘릿교대학과 도시샤대학’ △제4거점-광복 후 시기 ‘진월면 망덕리 정병욱 가옥’ 등으로 분류했다. 그는 “만약 윤동주의 원고가 광양에서 나오지 않았으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며 “광양에 보존된 원고가 있었기에  윤동주 시인이 부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광양에 보관된 19편은 윤동주의 생명과 같다. 윤동주는 광양 정병욱의 본가가 있어 살아있으며, 영원히 우리 국문학의 별로 떠 있을 것”이라며 “광양은 망덕포구의 그 수려한 경관과 함께 윤동주 시의 거점으로 민족시의 아름다운 향기를 뿜어 올리는 지역으로 빛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교수는 “윤동주는 시의 별이고, 정병욱은 고전의 별이다. 윤동주만 할 게 아니고 정병욱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조명해야 한다”며 “앞으로 광양시가 윤동주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개발과 실천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세계적인 공간으로도 거듭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200여명이 모인 이날 심포지엄에는 많은 관계자와 시민들이 모여 7시간의 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동 없이 윤동주 시와 정병욱 가옥보존에 대해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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