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승자는 언제나 時間이다. 시간은 물리적인 법칙에 의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흘러간다. 시간은 우리 삶을 녹슬게 만들고 우리 기억을 희미하게 만들면서 서서히 한 인간을 허물어뜨린다. 젊었을 때 그렇게 멋져보이던 오빠와 누님도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망가지고 만다. 물론 보톡스로 시간을 이겨 보려고 하지만 그것은 임시처방일 뿐, 절대 노화를 막을 수는 없다. 아니, 그렇게 보톡스를 맞을수록 삶은 더 초라해진다. 차라리 자연스럽게 늙어가도록 놔두는 게 정신건강에 더 이롭다. 순간적인 땜방은 자꾸만 아쉬움을 불러오고 그 아쉬움은 더 큰 마음의 공허를 낳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다. 매순간 삶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예술 활동에 전념하는 사람은 시간을 그만큼 길게 살아가는 셈이다. ‘길다’라는 말이 결코 물리적인 시간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긴 시간을 산다고 해도 의미 없이 보낸다면 그게 바로 고통인 것이다. 

신년을 시작하면서 잠시 때에 대해 생각하는 이유다. 그런데 때 시(時)자에 왜 절 사(寺)자가 있는지 더러 궁금할 것이다. 그러나 절이라는 뜻 보다 관청 시(寺)자로 해석하는 게 바른 의미다. 수시(日)로 일정한 법도(寸)에 따라 토지(土)를 관리는 하는 곳이 바로 관청에서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더러 사(寺)자를 갈 지(之)자에서 파생했다고 보기도 하는데 해석에 큰 지장은 없다. 해(日)가 뜨고 지면(之=寺) 세월도 인생도 그렇게 흘러가게 마련 아닌가. 아무렴, 또 한 해가 쏜살같이 날아갈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