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사나무 탄생 배경이 재밌다. 사실 40여년 전만해도 우리나라 산은 나무가 거의 없는 민둥산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이렇다 할 취사와 난방 연료가 없었던 시절이라 너도나도 산에 있는 나무를  사용하다 보니 나무가 남아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경제개발 5개년을 중심으로 경제발전이 시작되면서 산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무엇보다도 목재로서 가치가 있는 나무를 찾아내는 일이 급선무였는데, 나무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선택한 나무가 이태리 포플러 나무였다. 그 이유는 나무 성장이 다른 나무보다 훨씬 빨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나무는 수분이 많은 평지나 강가 근처밖에 심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산에서도 빨리 자라는 나무가 없을까? 고심하던 중 우리 환경에 맞는 새로운 품종의 나무를 만들어내는 일에 눈을 돌리게 된 것. 그리하여  유럽이 원산지인 은백양 암나무에다 수원의 여기산 부근에서만 자생하는 재래종인 수원사시나무의 수나무를 인공적으로 교배해 새로운 나무를 탄생시켰는데 이 나무가 바로 은사시나무였다.

은사시나무는 1968년부터 장려품종으로 지정되었고, 1972년 식목일에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이 나무 심기를 권장, 전국에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다. 잎은 어긋나기이며 달걀모양, 달걀꼴 또는 원형이고 잎자루 길이는 1~ 5cm, 둥근 편이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편평하다. 꽃은 암수딴그루(가끔 암수한그루)로, 4월에 핀다. 열매는 삭과로서 5월에 익는다. 과수(果穗/ 이삭 수)는 길이 10cm정도로서 보통 100개 정도의 열매가 달린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나무 재질이 당초 예상보다 좋지 못하고 가장 큰 사용처였던 나무젓가락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목재로서의 가치가 떨어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봄날 꽃가루도 문제가 돼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대통령까지 나서서 장려하던 은사시나무는 더 이상 대우를 받지 못한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이런 예는 우리 인생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 때 잘 나가던 사람도 시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질되기도 하는 게 세상의 이치다. 잘 나간다고 기고만장할 것 없고 멈추었다고 기죽을 필요 없다. 한 때 나라를 좌지우지하던 대통령도 지금 감옥에 있지 않은가. 자고로 사시나무 떨듯 늘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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