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라고 할 것 없이 24시간이라는 물리적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이런 시간을 ‘크로노스’라고 불렀는데, 이 지구상에 사는 모든 사람이 날마다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말한다. 크로노스는 오로지 과거 현재 미래라는 직선으로만 흘러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내가 붙들려고 해도 붙들 수 없는 시간이 바로 크로노스다 

올해도 그런 물리적 시간이 한 달 남짓 남았다. 이러한 크로노스는 언제나 현재적인 순간을 가치 있게 살도록 종용하는데 우리는 마치 시간이 무한정 남아 있는 것처럼 생각해 얼마나 무의미하게 흘러 보내는지 모른다. 그런데 크로노스 외에 ‘카이로스’라는 시간이 있다. 이 시간은 주관적인 시간으로 내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만들어 쓸 수 있는 상대적인 시간을 말한다. 카이로스는 제우스의 막내아들로 ‘새긴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기회’를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 두 시간 속에서 기회를 붙들기도 하고 또 후회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한 생을 살다 가는 존재들이다. 요즘 벽에 달랑 한 장 걸려  있는 달력을 보니 새삼 크로노스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결국 의미를 만들어가는 카이로스 시간도 크로노스라는 하루 24시간이 주어져야 가능한 시간이다. 그런 크로노스가 총알처럼 날아가고 있다. 흔히 시간을 지배할 줄 아는 사람이 인생을 지배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정말 맞는 말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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