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라는 말은 사람을 참 편안하게 만든다. 언어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우리‘란 짐승이 갇혀 사는 ’우리‘ 즉 울타리에서 파생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생각하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사람도 태초에는 그렇게 부족 간에 한울타리 안에서 지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독립된 삶을 사고 있지만, 까마득한 옛날에는 서로 그렇게 기대며 공동체 생활을 했을 터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우리라는 말은 여전히 힘과 결속력이 강한 말이 되었다.

너와 내가 우리가 될 때 그 힘은 두 배로 강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 함께 그렇게 뭉치려고 하는 지도 모른다. 꼭 힘이 약해서만은 아니다. 뜻이 맞는 사람끼리 함께 눈물을 나누고 눈빛을 나누고 마음을 교환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래적으로 그렇게 함께 무리를 이루며 살도록 창조된 것이다. 자연과 내가 다르지 않고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평화를 선물로 받게 될 것이다. 아니 알고 보면 우리는 모두 서로 고만고만한 자매품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를 잊고 혼자 잘 먹고 잘 살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짠한 마음이 든다. 

몇 년 전 모 기업 대표한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장애인 주간 보호소를 광양에 설립하려고 이곳저곳을 타진했는데, 마을 사람들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순천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도시의 품격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모든 물건에 품질이 있듯이 도시에도 품격이 있게 마련인데, 광양시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렸다.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닫혀진 우리끼리의 공동체다. 우리 ‘밖에’ 있는 사람들이야 어떻게 살던 상관없이 우리끼리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이야 말로 청산해야 할 적폐 대상 1호다. 이기주의로 뭉쳐진 ‘우리공동체’ 는 끝임 없이 사회적 갈등을 야기 시키고, 분열을 조장하게 된다. 물론 아름다운 우리공동체를 만들어 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사람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렇게 만들어 가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홍봉기 기자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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