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소소한 일상을 즐길 줄 아는 데서 시작

사람들은 가을이 되면 자기도 모르게 생각이 많아진다. 그래서 근심 수(愁)자에 가을 추(秋)자가 들어 있는지 모르겠다. 여름이 밖으로 향한 열정의 계절이었다면 가을은 내면을 향한 숙성의 계절이다. 가을에는 자연만 달라지는 게 아니라 우리 인체도 그에 대응하여 내분비 계통의 변화가 일어난다. 이를 흔히 인체의 항상성(恒常性)이라고 부른다. 그 기능이 원활치 못할 때 계절성 감정의 부조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여름에는 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데 굳이 열대야 현상 때문은 아니다. 멜라토닌 부족현상이 더 큰 원인이다. 특히 급격하게 줄어드는 일조량의 변화는 호르몬까지 변하게 만들기 때문에 신체에 여러 가지 반응이 나타난다. 우울증 환자에게 일부러 인조태양광 전등을 이용하는 것도 다 나름대로 과학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감정의 기복을 마음의 작용으로만 알고 있는데, 알고 보면 이처럼 인체는 생물학의 통제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가을을 사색의 계절이라고 불렀던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가을이 되면 자기도 모르게 감성이 풍부해지고 센티해지기도 하는데, 심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계절의 리듬을 잘 타야 한다. 그런 마음을 담아 길거리에서 오가다 만난 가을 풍경을 채집했다. 이런 가을 풍경에 몸과 마음을 맡겨 보는 것도 오감을 깨우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맞다. 행복은 소소한 일상을 즐길 줄 아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법이다. 무심히 길만 걷지 말고 하늘도 보고 길가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꽃들에게 인사를 건네 보자. 그러면 자연이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열리게 될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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