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룡 추산마을에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20년 동안 벌을 치면서 생계를 꾸려온 정성채 씨를 만났다. 비록 계절은 가을이라고는 하나 기온은 한여름을 방불케 했다. 이런 더위 속에서도 성채씨는 비지땀을 뻘뻘 흘리며 벌을 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누에가 실을 토하듯 끝없이 벌에 관한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20년 동안 벌을 키워온 전문가답게 벌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었다. 이렇게 땡볕에 서서 한참 이바구를 주고받다가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그가 걸어온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젊을 때는 안 해 본 일이 없다. 군대를 제대하고 원양어선도 탔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돈까지 많이 준다고 해서 배를 타게 됐다. 그리고 보석 장사에도 손을 댔다. 보석 장사할 때는 잘 나갔는데 외상을 많이 깔아 놓은 게 화근이었다. 이래저래 괴로워 잠깐 엉뚱(?)한 곳에 손을 댔는데, 그나마 모아 놓은 돈을 한 푼도 없이 다 날리고 말았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러던 중 중매를 통해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는데 결혼한 지 3년 만에 뇌졸중으로 몸 반쪽이 제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다. “솔직히 너무 괴로워 죽고 싶었다. 그 때 3살 먹은 아들이 있었는데도 아내에게 나를 포기하고 다른 남자 만나서 행복하게 살라며 이혼을 요구했다. 하지만 아내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답게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눌 수 없다고 버텼다. 지금 생각하면 아내야 말로 하느님께서 내게 보낸 천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곁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아내 이혜옥씨는 “ 그 당시에는 남편이 짜증도 많이 내고 또 성격이 불같아서 4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간 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날마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물론 볼에 뽀뽀까지 해준다”며 자상하게 변한 남편의 모습을 에둘러 칭찬했다. 광양시 블러그 기자로 활동하는 아내 혜옥씨는 현재 광양 상설시장 부근에서 이레 건강원을 운영하며 묵묵히 남편의 손발 역할을 하고 있다. “건강원을 운영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단골 손님도 상당히 많다. 그리고 남편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정성을 다해 채밀(採蜜)한 꿀이 워낙 맛이 좋아 꾸준히 찾아주는 고객 덕분에 판매하는데 큰 걱정은 없다” 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다시 벌을 돌보러 가야 한다고 자리에서 일어선 성채씨는 “경기가 좋지 않다고 다들 아우성인데, 그럴수록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 한다. 이렇게 몸이 불편한 나도 열심히 사는데, 건강한 사람들이 뭔들 못하겠는가” 라며 오히려 어려운 사람들을 걱정했다. 불편한 몸을 뒤뚱거리며 벌통을 향해 힘겹게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에 뜨거운 햇살이 희망처럼 쏟아져 내렸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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