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방언(方言)이라 불리는 사투리는 정겹다. 누구나 젊었을 때는 서울말을 배우고 싶어 하지만, 쉽지가 않다. 말이란 태어나자마자  태어난 장소의 문화와 얼이 그대로 몸에 배이기 때문이다. 물론 부지런히 노력하면 어느 정도 표준말에 가깝게 흉내는 낼 수 있겠지만 그런다고 해서 어렸을 때 세례 받은 언어를 쉽게 바꿀 수는 없는 법이다. 

서울말을  표준어로 삼은 것도, 쓰는 사람이 많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 때문이지 다른 의미는 없다. 요즘은 일부러 사투리를 쓰는 사람도 많다. 창조란 언어의 다양성에서 나온다며 서울말을 표준어로 삼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모든 언어에는 그 시대를 담고 있는 정신적 DNA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말의 이면을 더듬어 가다보면 그 시대의 문화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광양사투리 중에 ‘가듬철로’ 라는 말이 있는데 여간 정겨운 게 아니다. 원뜻은 ‘가자마자’ 라는 뜻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버스 타러 가듬철로 버스가 떠나부러서 닭 쫓던 개 신세가 돼 부렀네잉” 등의 말은 지금도 종종 쓰이고 있다.

하긴, 살다보면 누구나 ‘가듬철로’ 앞에서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이제 막 사업에 성공해 부모님께 효도 한번 하려고 하는데, 애석하게도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기도 하고, 또 먹을 것 못 먹고 입을 것 못 입고 그렇게 알뜰살뜰 모아 내 집을 장만했는데 아내가 암에 걸리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삶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때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렇게 얄궂은 게 인생인지도 모른다. 

오죽했으면 “天有不測風雨(천유불측풍우)하고 人有朝夕禍福(인유조석화복)이니라”고 했겠는가. “하늘에는 예측할 수 없는 비바람이 있고 사람에게는 아침, 저녁으로 화와 복이 있다” 는 말이다. 자고로 좋은 일은 미루면 안 된다. 미루다보면 좋은 일도 가듬철로 모두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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