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는 꽃술이 있고 사람에게는 입술이 있다. 왜 입술이라는 말이 생겼는지 아무리 어원을 뒤져도 똑 부러진 어원을 찾을 수가 없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입술에는 당신의 과거가 묻혀있고 당신의 미래를 향해 열려 있으며 현재의 내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고. 그렇긴 하다. 특히 음성언어와 관련해서는 입술이 절대적으로 작용한다. 발음하기가 어려운 낱말일수록 입술과 입술을 적절하게 잘  움직여야한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 왜 사랑하면 입술을 포개고 싶을까? 하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하나의 미스터리요 신비다. 누군 입술이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술과 같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데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아닌 게 아니라 입술은 사람을 취하게 하는 마성을 가지고 있다. 살포시 벌어진 입술이라는 공간 사이로 쏟아져 나오는 숨결만으로도 황홀경에 이르기도 한다. 

사람을 설득하기 위한 말과 상처를 치유하는 모든 말이 입술을 거쳐서 나온다. 그런데 입술의 '술'은 '약간 굽거나 휜 부분의 가장자리'를 뜻하는 '시울'이 줄어든 형태라고 한다. '눈시울' 이라는 말을 대비하면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물론 술(酒)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는 말이다. 

이 염천 더위에 사랑하는 남녀가 바다를 바라보며 입술을 포개고 있다. 이 세상에 아름다운 많은 장면이 있지만 남녀가 포개는 입술처럼 아름다운 장면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키스를 하고 있는 저 두 남녀가 바다를 배경으로 한 것은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모든 것을 다 받아주겠다는 무언의 약속은 아닐는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요즘 같은 염천 더위에 입술을 포갠다는 게 쉽지 않겠지만 시원한 바닷가에서는 그렇게 해도 멋진 배경이 되지 싶다. 키스에 대해 플라톤이 이런 말을 했다던가? “키스는 영혼이 육체를 떠나는 순간의 경험” 이라고.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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