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한다’는 말과 ‘일어난다’는 말을 동의어로 쓰고 있다. 사람이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은 일을 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특히 농경시대에는 새벽같이 일어나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굶어죽지 않을 수 있었기에 노동은 가족 공동체가 드리는  일종의 신성한 제사의식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산업사회가 되면서 일의 개념은 확연히 달라졌다. 다만 아쉬운 점은 여전히 우리나라 노동시간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자기를 개발하는 여가시간이 턱 없이 부족해 자기만족도가 현격하게 떨어진다는 것. 

자기만족감이 행복을 재는 바로미터인데, 생각보다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잘 논다는 의미를 단순히 쾌락을 지향한다는 식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적절한 휴식을 통해 창조적인 생각을 한다는 뜻이다. 

이제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다. 휴가(休暇)는 말 그대로 잠시 시간을 ‘빌린다’는 뜻에 다름이 아니다. 틈 가(暇) 자가 해 일(日)과 빌릴 가(?)로 구성된 이유다. 잠시 빌렸기 때문에 다시 돌려줘야 하는 게 휴가다. 어디 휴가만 그러겠는가. 우리 인생 자체가 바로 그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세상에 살면서 돈과 명예 등을 잠깐 빌려 쓰다가 때가 되면 다 반납하고 가야 하는 게 인간의 실존적인 본래 모습인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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