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밭을 둘러보고 있는 권기현 산청제다원 원장

명품 녹차의 본고장

“산청제다원에서 생산되는 차는 기후조건과 환경이 가장 좋은 곳에서 재배된 차라 맛과 향이 일품 중의 일품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이곳 차밭은 고운(孤雲) 최치원 선생이 머물다간 지리산 고운동 계곡 시천면 반천리 일대200헥타르에 걸친 야생녹차로 1천년이 넘는 전통을 유지해온 명실상부한 명품 차의 본고장이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녹차에 미쳐 살아온 산청제다원 권기현 원장을 지난10일 만났다.

그는 깔끔한 개량한복 차림으로 차를 우리며 차와 인연을 맺게 된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가 전통 차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여 년 전 우연히 어느 전통찻집에서 차를 마시던 중, 자기도 모르게 ‘아 ,바로 이것이다!’ 라며 일종의 계시 같은 감정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난 후 부산대학교 정문 앞에서 전통찻집을 시작했던 게 지금의 녹차인생을 살게 된 출발선이었다.

녹차와 일생을 함께 하기로 결정

“정말 장사가 잘 됐다. 내 성품이 차와 궁합이 잘 맞아서 그런지 몰라도 많은 학생들이 전통찻집을 찾았는데, 심지어 졸업하고 회사원이 된 뒤에도 우리 찻집을 찾아오곤 했다.” 그러나 모든 인생이 그렇듯 권 원장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아내와 갈등의 골이 깊어졌던 것. 권 원장은 당시에만 해도 아내와 헤어진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시절 인연이 거기까지라고 생각했다. 나름대로는 노력을 많이 했지만 그게 인력으로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일단 마음을 비우고 나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비로소 꿈은 현실이 되었다” 그는 아내와 헤어지고 난 후 현재 머물고 있는 산청 제다원에서 혼자 둥지를 틀며 그토록 원하던 차인(茶人) 생활을 시작했다.

야생녹차를 따고 있는 모습

8만평 야생녹차 100% 자연에 맡겨

하지만 처음부터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다소 막막한 생각이 들었지만, 여기저기 차를 만드는 곳을 찾아다니며 몸으로 직접 차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솔직히 찻잎을 따는 그 순간은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가진 게 없어도 차만 보면 마음이 기쁨으로 충만했다” 차는 그에게 신앙이었고 삶이었고 존재 이유였다. 그래서 홀로 있어도 외로운 줄 몰랐고 가진 게 없어도 가난한 줄 몰랐다고. 현재 그가 돌보고 있는 차밭이 무려 8만평이 넘는다.

“이곳 차가 명품대접을 받는 것은 바로 지리산 자락의 바위투성이 산비탈에서 인위적 간섭없이 1천년 동안 스스로 번식하고 자생한 덕분이다. 아마 우리나라 아니, 세계에서 이렇게 좋은 환경조건을 가진 차밭은 여기가 유일무이할 것이다” 이곳 차밭은 일교차가 큰 고산지대 특유의 감칠맛과 향 때문에 차 애호가들의 절대적인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다. 또한 자신의 키보다 10배다 더 깊은 땅속 미네랄은 물론 각종 영양소와 계곡의 수분을 빨아들이며 추운 겨울을 보내기 때문에 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명품차가 탄생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에서도 인정

산청제다원 명품 녹차

“우리 제다원에서 생산되는 차는 한마디로 100% 야생녹차다. 그래서인지 몇 년 전 농약파동으로 인해 차 산업이 하락추세를 보였지만 우리 차는 시류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우리차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지 알고 있던 소비자들이 꾸준히 애용해주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산청제다원에서 생산되는 차는 미국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판매되고 있다. “우리 녹차가 뉴욕타임즈에도 소개 됐다. 그곳 교민이 우리 차의 효능과 생산과정을 알고 매년 5천만원정도 구매해 판매하고 있다.또한 중국 화문대 차문화과 교수가 우리 차를 마셔보고는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며 꼭 우리 녹차밭을 방문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곳 차의 위상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해 주는 부분이다.

대나무 솎다가 죽을 뻔하기도

그러나 이렇게 명품 녹차밭을 일구는데 무려 8년의 세월을 흘려보냈다고 한다. 당시 이 차밭을 일구기 전에는 온통 대밭이었다. 대나무가 차밭을 둘러싸고 있어 손으로 일일이 대나무를 솎아내야 했던 것. 그는 장장 8년 동안 그렇게 대나무를 솎아내는 데 공을 들였다. 그러던 어느 날, 대나무에 허리를 맞고 언덕으로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죽을 뻔하기도 했다. 그가 얼마나 차에 미쳐 살아 왔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그래도 차밭만 보면 세상 천지에 부러운 게 없다고 말하는 그는 천상 타고난 차인(茶人)에 다름 아니었다. 요즘 그에게 또 다른 꿈이 하나 더 생겼다. 쇠락해가는 차문화를 다시 부흥시키는 것이다.

“앞으로 고사되어가는 우리나라 녹차문화를 활성화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학교에서 방과 후에 다도교실을 운영하도록 교육방침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반드시 녹차문화 부흥에 앞장서도록 힘 쓸 것이다.” 차 사랑에 대한 그의 끝없는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찻잔에는 계속 물이 끓었고 제다원을 찾은 손님들은 그가 끓여준 차를 마시며 조용히 그의 이야기와 삶을 음미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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