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겨우 하지(夏至) 문턱을 넘었는데 이렇게 폭염이 계속 된다 하니 벌써 7월이 걱정스러워집니다. 오라는 비는 오지 않고 어쩌자고 이렇게 매일 같이 뜨거운 햇볕만 내리쬐는 것인지, 요즘엔 살짝 하늘을 원망해 봅니다. 낮이 길어짐과 동시에 농부의 한숨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동지도 그렇듯 낮 시간이  길어져도 맹추위는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처럼 하지도 역시 낮 시간이 짧아지더라도 초.중.말복이 기다리고 있고 복병인 땡볕이 여름 내내 뭉게구름 제치고 길게 길바닥에 누워 피서지로 쫓아 낼 만큼 온갖 기승 부려 가면서 9월까지는 심술을 부리듯 싶은데, 벌써부터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맘 때 장마로 장화신고 우비 쓰고 파전 추억으로 이어질 시기인데, 하염없이 비 소식에 속만 더욱 타들어갈 뿐입니다.

夫人不言, 言必有中(부인부중 언필유중)이란 글귀가 있습니다. 늘 말을 하지 않지만 말을 했다 하면 사리에 맞는다는 뜻 입니다. 늘 기분 좋은 이야기가 늘 좋은 향기는 아닙니다. 말하는 자와 꽃이 주는 향기는 상황에 따라 말의 뜻과 향기도 다를 수 있습니다. 사리에 맞는 진솔한 말이 상대방 가슴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아름다운 향기가 되는 것입니다. 사람의 향기는 말에 담겨 있고 아름다운 말을 함으로써 인격의 향기가 풍겨져 나오는 법입니다. 인격과 인품의  향기는 저절로 피어오르지 않습니다. 특히 공동체를 통한 배움은 가르치는 자의 그림자 속에서도 생명력이 충만하기에 시행착오 속 반복된 아름다운 의무와 우아한 권리 시스템에서  더욱 빛나게 마련입니다.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중대한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와 간호사 대화가 늘 따뜻할 수 만은 없습니다. 말보다는 시스템의 프로세스에 따라 주고받는 무언의 바디랭귀지가 더 중요할 때도 있는 법입니다. 무대 위에서  못다 부른 노래는 무대에 내려 와서 서로 위로와  따뜻한 마음담긴 말과 사랑이 가득 담긴 말을 나눌 때 그 향이 멀리 갈 뿐 아니라 오래 갑니다. 그래야 사람 사이가 가까워지게 되고 서로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무더운 날씨에 자칫 마음까지 짜증으로 물들기 쉬운 계절이라 더욱더 마음관리에 신경을 써야할 것 같습니다. 마음은 워낙 탄성력이 뛰어나 말 한마디에 마음이 우주 보다 넓어지기도 하지만 역시 말 한 마디에 바늘하나 꽂을 수 없을 만큼 좁아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사람 한평생 마음 살피기에 다름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천국이 네 마음속에 있다” 고 선포했던 예수님의 말씀이나 “일체유심조”라고 선포한 부처님의 말씀은 서로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내 마음이 천국도 만들어내고 또 지옥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 계절에 더욱더 몸과 마음관리 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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