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다 보니 결국 도서관장이 됐다
“목포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며 살아서 그런지 광양시가 전혀 낯설지가 않다. 목포와 광양이 여러 가지로 공통점이 많아서 그러지 않나 싶다.” 목표에서 근무하다 최근 광양공공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권남익 관장을 지난 10일 관장실에서 만났다. 대부분의 도서관장들이 그렇듯이 권 관장 역시 어렸을 때부터 책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대학교 1학년 때는 감당할 수 없는데도 세계사상 전집을 할부로 구매해 애를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며 호쾌한 웃음을 보였다. “사실 그 당시에는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지 못해 오로지 종이 책을 통해 지식을 얻고 또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었기에 책을 구매하는 것은 당연했다” 는 것이다. 비록 장식용일지언정 그런 사치는 손해 날 것 없다는 게 권 관장의 입장이다. 
“요즘은 책을 많이 읽지 못하지만 젊었을 때는 그래도 많이 읽은 편에 속했다. 그래서 어떤 집을 방문할 땐 먼저 그 집에 어떤 책이 꽂혀 있는지 그것부터 파악한다. 책이 없는 집은 마치 영혼 없는 육체와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광양공공도서관의 비전
“도서관의 비전이 있다면 딱 하나다. 사람들로 하여금 부지런히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게 만드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나라치고 선진국이 아닌 나라가 없고 문화적으로 부강하지 않는 나라가 없는 것만 봐도 우리가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혀 책을 읽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자꾸 문화를 이야기 하는데 정말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며 꼬집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사서를 늘리지 않는 다는 것. “생각해 보라. 도로를 넓히고 다리를 놓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은 재원을 투자하면서도 정작 미래 가치를 창출해 내는 도서관 사서 채용에는 너무 인색하다. 이래가지고는 절대 선진국 정신을 따라잡지 못한다. 책이란 단순한 문자를 나열 하는 것만은 아니다. 사상을 담고 정신을 담아 행동을 변화시키는 게 책이 하는 목적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 목적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도서관이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첨단 시대를 걷고 있는 현대인들이 굉장히 똑똑해진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 단편적인 정보나 지식은 늘었는지 모르겠지만 사색의 깊이는 예전보다 더 못하다고 본다. 정말 지혜로워 지려면 검색보다 책을 읽고 사색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대출해 주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의 인성을 발달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런데 분명한 것 하나는 도서관에서 하는 모든 프로그램은 책을 읽고 사랑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다.“ 라고 선언을 그었다.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 어디 한 두 권이 겠는가만, 그래도 우선순위를 정해 분야별로 한권씩 추천하면 이렇다. 먼저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이라는 책이다. 2014년에 출간 된 이 책은 열한 살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달콤살벌한 현실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열한 살 소녀가 벌이는 기상천외한 도둑질을 그린 일종의 성장 가족소설이다. '가난과 부서진 가족'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인물들이 처한 현실적 고통을 과하지 않은 유머러스함으로 풀어놓는다. 어려운 현실을 어떻게 잘 헤쳐 나가는가를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것” 이라며 적극 권했다.

청년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고 했다. 바로 <책여행책>이 그렇다. “ 이 책은 여행을 떠나지 않고도 세계의 곳곳을 여행할 수 있는 책이다. 이미 여권에 2백 개가 넘는 스탬프를 찍은 여행자인 저자 박 준은 어느 날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을 시작한다. 책을 읽으며 여행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던 그는 책 속의 시공간으로 들어가 그곳을 거닐고, 책 속의 등장인물과 대화하고, 책과 현실을 오가며 '책여행'을 한다. 이 책에는 그 여정의 기록이 담겨 있다. 책 속에 난 길을 따라 여행하는 법을 알려주면서 여행은 곧 책을 읽는 일임을 보여준다. 알래스카에서 북미와 남미를 거쳐 유럽으로 건너갔다가 남태평양과 아시아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여행을 떠나지 않고도 세계의 곳곳을 돌아보는 아주 유익한 여행책이다. 삶이 팍팍해 여행한번 제대로 가지 못한다고 신세 한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입술이 닳도록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중년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은 <어쩌다 보니 50살이네요>라는 책이다. “사실 나이 듦을 두려워하지 않는 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해야만 하는 일’은 그대로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확률은 조금씩 줄어든다. 이는 50이라는 나이도 예외가 아니다. 한창이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개운치 않는 나이이기도 하다. 이 저자 또한 50이라는 나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지니고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그 나이가 되고 보니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그 동안 쌓아온 연륜으로 현명하게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새로운 장’이 열릴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나이가 들어가며 체득하게 된 경험을 소중하게 기억하고, 변화해가는 몸과 건강상태에 서글퍼하기 보다는 그에 맞는 생활 패턴을 몸에 익히고, 완벽하지 않은 나 자신에 대해서도 인정하는 마음 편한 삶의 방식을 연습해볼 것을 권한다.” 며 중년에 들어서 뭔가 허전한 마음을 느끼고 있는 중년이 있다면 꼭 읽어 볼 것을 권했다. 

권남익 관장은 “젊은 시절의 시간들이 날것의 자신을 깎아내고 다듬어가는 과정이었다면, 인생의 후반부는 마음 가는대로 자연스럽게 천천히 살아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자신보다 앞서 50의 나이를  먹어온  선배의 이야기를 통해, 읽는 이는 나이 듦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내고 조금은 가볍게 나이 듦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 이라며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둬야 할 상비약 같은 책이라고 강조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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