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그러나 자신의 뜻을 말이라는 그릇에 담아 오롯이 전달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말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온도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물론 “물 좀 주세요” “화장실이 어디예요” 등의 일상적인 지시어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언어를 선별해 골라 써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할 때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원치 않는 오해가 발생하기 쉽다. 하긴, 아무리 좋은 말을 동원한다고 해도 듣는 화자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이 또한 무의미한 음성 소리에 불과하다하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말을 제대로 할 줄 몰라 참모들과 주변 사람들을 자주 어리둥절하게 만들곤 했다고 한다. 알고 보면 탄핵도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오죽했으면 말에 책임지는 사람을 가리켜 성인(聖人)이라 불렀겠는가.

성인은 먼저 타인의 말을 잘 들은 다음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성(聖)자를 귀이(耳)+말할 구(口)+책임질 임(壬)자로 조합을 했던 것이다. 더러는 임(壬)자를 왕(王)으로 풀이하기도 하는데 이러거나 저러거나 뜻 전달에는 큰 차이가 없다. 자고로 임금이 됐건 개인이 됐건 자기가 하는 말에 책임을 지지 못하면 팽(烹)당하게 되는 법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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