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立春)을 한자로 써보라고 하면 더러들 入春으로 쓰는 사람이 있는데, 입춘은 들 입(入)이 아니라 설 립(立)자를 쓴다. 봄은 밖에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아래서 솟구쳐 나오기 때문이다. 땅이 풀림과 동시에 온갖 새싹들이 땅을 뚫고 올라와서 비로소 서(立)게 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글자다.

봄 춘(春)자 역시 이와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춘(春)자는 새싹을 의미하는 묻힐 둔(진칠 屯) 밑에 해를 뜻하는 날 일(日)자로 구성됐다. 따뜻한 햇볕을 받고 새싹이 돋아 올라오는 모양을 본 뜬 글자인 것이다.

더 놀라운 점은 해 일(日)자를 위가 아닌 아래에 배치한 점인데, 여기서 사물을 대하는 옛사람들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이제 갓 올라온 새싹이 살아나려면 강렬한 햇볕보다 은은한 햇볕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하겠다. 글자 하나에도 생태학적인 관점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물론 아직은 겨울기가 남아있지만 경칩(驚蟄)도 지났기 때문에, 곧 여기저기서 만물이 약동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잖아도 요즘 다압매화마을에는 일찍 도착한 봄이 매화꽃을 펑펑 터뜨리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이번 주에 시간 내서 봄나들이 한번 다녀오는 것은 어떠실는지.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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