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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 보면 환장하는 여자가 있다. 국내 유명하다는 산은 이미 모두 정복(이런 표현을 쓰면 안 된다고 했지만)했다. 방방곡곡 그녀의 발길이 닿지 않은 산이 없을 정도다. 산 이야기만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그녀는 바로 광양시 산림과에 근무하고 있는 정다임씨다. 이정도면 미쳤다고 해도 결코 망발은 아닐 테다. “산에 왜 오르냐?”는 뻔한 기자의 질문에 "산에 오르는 순간은 마음이 정화되고 생각은 한 없이 커지고 넓어진다. 그래서 나는 매일 같이 산을 오른다. 하루라도 산에 오르지 않으면 좀이 쑤셔 견딜 수 없다.”며 껄껄 웃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녀가 산 매니아가 된 것은 아니다. 사연을 이야기하자면 꽤나 길고 슬프지만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그녀가 9살 때였다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져 자기도 모르게 털썩 주저앉게 된다. 도대체 무슨 병인지 병명조차 알 수 없자, 급기야 용하다는 점쟁이를 불러 굿까지 치른다. 하지만 아무런 차도를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달구지를 타고 하동 모 병원에 가게 되는데, 골수염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받게 된다. 다리를 자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사의 말에 어머니는 눈물로 호소, 일단 수술을 하기로 한다. 수술을 마친 후 그녀는 다리 근육을 키우기 위해 산을 찾기 시작하게 되고 급기야 산은 그녀에게 건강이라는 기적을 선물하게 된다. 그녀 인생을 살린 것은 의사가 아니라 산이었던 셈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산에 미칠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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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女로 거듭나게 된 그녀는 지라산만 해도 65번을 종주했으며 지리산 둘레길 22구간을 모두 완주하기도 했다. 그 뿐 아니다. 전북진안 데미샘에서 시작 한다는 섬진강 물길을 따라 광양시 망덕포구까지 장장 550리길을 혼자서 걸었다니, 보통 사람들은 흉내조차 내지 못할 일이다.
그리고 그녀는 마침내 지난 12월 또 한 번 일을 저지르게 된다. 킬리만자로를 찾아 떠난 것이다. “사실 아직 쓰지 않은 연차(年次)가 많이 남아 있다는 소리를 듣고 급작스럽게 저지른 일이었다. 비용도 만만찮았고 이동 시간만 해도 42시간이 걸렸지만,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킬리만자로(우후르피크 해발 5895m)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마냥 가슴이 설렜을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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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내산을 다니면서 단련된 몸이라 킬리만자로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며 마치 가까운 뒷산을 금방 다녀온 것처럼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녀는 “킬리만자로를 오르면서 다시 한 번 산에 대한 경외심과 벅찬 감동을 선물로 받았다.”며“산을 오를 땐 고도(altitude)보다 태도(attitude)가 중요한데, 정상에 빨리 도달하려는 욕심을 버릴 때 산은 비로소 자기를 내어주는 모습이 어쩌면 그렇게 우리 인생을 닮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요즘도 백운산은 물론 광양시 곳곳을 답사하며 등반길과 둘레길 등을 개척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그녀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 지난해 산림치유체험수기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 글을 통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 넣고 있다. “사실 골수염 수술 후 남은 흉터 자국 때문에 치마를 전혀 입지 못했고 결혼 역시 꿈조차 꾸지 않았는데 산을 좋아하는 동반자를 만나 행복한 보금자리를 잘 꾸려오고 있어 무엇보다 남편과 가족들이 고마울 뿐”이라며“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분들과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앞으로도 따뜻한 온기와 희망을 전해 주는 山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쉬지 않고 산을 오른 덕분에 그녀는 숲해설가로 활동하는 것을 물론, 최근엔 산악안전법강사 자격증까지 취득, 동분서주하고 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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