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양대광교회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호박

추수감사절 맞아 14년째 호박죽 나눔 행사 펼쳐…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로 자리매김

 지난 25일 아침에 찾은 광양대광교회의 지하 식당은 많은 사람들로 분주했다. 주방에서는 호박죽을 쑤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죽을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따뜻하고 달콤하게 잘 쒀진 호박죽은 지역 여러 곳에 특급 배달서비스가 됐다. 기자가 찾은 날은 광양대광교회(담임목사 신정) 호박죽 나눔 행사의 마지막 날로, 이미 23일 수요일부터 시작해 3일째 이어지고 있었다.

▲ 호박 겉에 써놓은 감사의 글

 광양대광교회의 호박죽 나눔 행사는 올해로 14년째이다. 올해 행사 역시 10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약 4주 동안 대광교회 성도들 가정별로 감사의 제목을 호박에 적어서 자발적으로 교회 강단 앞에 내놓으면, 모인 호박으로 행사를 치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290여개 호박으로 밤새 정성으로 죽을 쑤고 나면 오전부터 관공서와 경로당, 지역 상가를 성도 한명 한명이 다니면서 직접 배달해주게 된다.

▲ 교회 지하식당에서 모아 놓은 호박 손질

 쟁반에 여러 그릇의 호박죽을 올리고 걸어가는 것이 무척 힘들어 보였지만 이들은 힘든 내색 없이 “많이 힘드시죠?”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저 웃음과 함께 “괜찮습니다. 오히려 즐겁네요.”라는 짧지만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답을 해줬다. 14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호박죽을 받고 고마워하는 사람들도 무척 많았다. 공짜라서가 아닌, 그 정성과 따뜻함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비타민 음료를 건네주고, 또 어떤 사람은 두 손 꼭 잡으며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 밤새 정성들여 호박죽을 쑤고 있다.

 지난 1988년 4월 부활절에 광양제철소 주택단지의 장로 집에서 창립예배를 드리면서 시작된 광양대광교회는 1993년 4월 현재의 교회당을 완공하고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1997년 9월 신 정 목사가 제2대 담임목사로 부임, 교회의 역할을 넘어서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는 가치를 목표로 마치 종합복지센터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광양대광교회는 지역사회와 단단히 결합된 다양한 사회복지 사역인 ‘임산부 학교’ ‘엄마랑 아기학교’ ‘어린이집’ ‘요양원’ 등을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유아 사역은 한국교회에서 드물게 10여년 넘게 꾸준히 진행되어 온 전문 사역 모델로 꼽히고 있다.

▲ 상가 지역으로 나가 호박죽 배달을 위해 그릇에 담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광양대광교회는 교회 안에서는 물론 바깥에서도 호평이 쏟아지면서 자연적으로 교회 문턱이 낮아졌다. 교회와 지역사회 사이에 연계성이 형성되고 지금은 교회와 지역사회가 하나로 되기 시작했다. 기자가 호박 죽 나눔 행사 마지막 날 줄곧 따라다니던 한 성도의 말이 잊혀 지질 않는다. “광양대광교회가 존재하는 한, 호박죽 나눔 행사는 계속될 것입니다“

▲ 중마동 상가지역에 나온 성도들 단체사진

 사랑을 나누고자 하는 광양대광교회 모든 성도들의 바람처럼, 사방으로 번지는 호박 줄기처럼 그들의 호박죽은 계속해서 사랑을 이어갈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터뷰 신 정 담임목사

 광양대광교회의 호박 죽 나눔 행사의 시작은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풍성한 소출의 기쁨을 나누는 추수감사주일, 교회 안에서 우리들끼리 감사하고 기뻐하는 것이 아닌 지역 주민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한데서 시작됐습니다.

 호박으로 죽을 만들어 지역 주민들에게 나누어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더니 성도들이 모두 공감해서 시작했지만, 초창기에는 시간과 정성, 물질적인 것들이 있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만 하자는 말도 종종 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내 안의 감사를 다른 사람과 나누면, 감사가 감동이 되고, 작은 호박죽 하나로 누군가에게 삶의 소망과 위로를 주고, 감동을 준다면 얼마나 아름답고 기쁘겠냐며 계속해서 함께 해줄 것을 부탁드렸더니, 지금은 교회의 전통이 돼서 정말 뿌듯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지역 사회를 돌아보며 그 현장에서 돌보는 사역이 주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이라 생각하며 지역 사회복지를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지속적인 교회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물이 스며들듯이 세상 속에 주님의 사랑이 서서히 스며들어가 자연스럽게 사랑 나눔 실천을 했기 때문입니다. 호박죽 나눔 행사는 결국 ‘내 곁에 있는 당신 때문에 행복합니다. 더불어 살아갑시다’ 라는 뜻이 담겨 있는 만큼, 앞으로도 지역 사회와 더욱 더 하나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조찬현 기자  pittzzang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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