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를 중심으로 도시재생 펼쳐

광주구도심, 폴리 프로젝트로 활기 불어 넣어...젊은이들 소통의 공간 마련 인기
생활과 밀착된 폴리로 죽은 공간 재생...오래된 건물과 골목 잘 활용할 필요 있어

광양학연구소(소장 정회기) 회원들이 지난 29일 광주광역시를 방문, 도시재생 성공사례를 둘러보는 등 적극적인 벤치마킹에 나섰다. 30도를 웃도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회원들은 광주 구도심을 돌며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질문하는 등 하나라도 더 배워가겠다는 열정을 불태웠다. 광주시는 폴리 프로젝트를 통해 낡아가는 도심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도시재생을 위해 기획
광주폴리는 2011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광주 구도심 곳곳에 11점의 소형 건축물을 조성한 특별 프로젝트 중의 하나다. 폴리(Folly)라는 말의 뜻은 '건물이 본래적인 기능을 잃고 장식역할을 하는 건축물'이라는 뜻이지만, 광주폴리는 공공 공간 속에서 장식적인 역할 뿐 아니라, 기능적인 역할까지 아우르며 도시재생에 기여하고 있다.

이날 광양학연구소 회원들과 함께한 폴리부 이지영 도슨트(미술관·박물관 등의 안내원)는 “광주폴리 건축물은 ‘역사의 복원’을 주제로 세계적인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을 비롯, MIT건축대학장 나데르 테라니, 국내 중견 건축가 조성룡 등 국내외 건축가 10여 명이 참가해 화제를 모았다”며“우선 동구 금남공원 앞 인도에는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스페인)가 한옥의 아름다움과 금남로의 활기찬 모습을 담은 작품 '유동성 조절'을, 남동 구 시청 사거리에는 도미니크 페로(영국)가 한국의 고전 건축물의 기둥과 누각, 처마 등을 살린 작품 '열린 공간'을 각각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도시 공간 속에 새로운 예술적 장식물이 설치되자 젊은이들이 더 많이 몰려들고 있으며 거리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는 것. 이날 함께한 정회기 소장은“ 단순하게 공간만 점령한 게 아니라 젊은이들 마음까지 사로잡은 효과까지 있어 보인다”며“ 우리 광양시도 도심 활기를 위해선 공간을 잘 활용해 광양시에 맞는 도시 재생이 절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공간에 대한 재해석 필요
온고지신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말이다. 옛것과 현대적인 조화를 어떻게 접목하는가에 따라 도시의 기능도 새롭게 되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 역시 이러한 작업을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예술의 전당 건립에만 8천억 예산을 투자한 이유다. 실로 엄청난 금액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광주시가 이렇게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광주시만의 정체성과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다.

일종의 미래가치까지 모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김세광 광양학연구위원은 “액수가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과감한 실험을 할 수 있다는 게 부럽다” 며“ 비록 광양시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광양 또한 눈높이에 맞는 문화도시 건설을 위해 좀 더 노력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낙후된 구도심 활력 찾아
광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폴리가 갖는 의미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처음엔 폴리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낮다보니 도심과 조화가 맞지 않는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룬 것도 사실이다. 사라진 역사를 현대적 시각에서 일깨웠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부정적 시각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

하지만 폴리는 광주가 갖고 있는 무형의 자산을 현대의 유형적 자산으로 환원시키고자 한 시도로, 무형적인 것을 환원하고 시민에 알리는 작업이었던 셈이다. 당시 '2011광주디자인비엔날레' 감독이었던 승효상 건축가는 폴리의 목적을 이렇게 밝힌 바 있다. "광주읍성 구간을 통해 꼭지점과 성내 출입을 위한 대문의 위치에 폴리를 세워 역사성을 회복하고, 낙후된 구도심에 활력을 찾게 하는 일이다.“ 존재조차 미미해진 역사적 공간을 재해석하고 현대적 감각으로 일깨우기 위해 추진한 게 폴리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생활과 밀착된 작품들로 구성
폴리를 이루고 있는 장소들은 박물관이나 전시장이 아니라 대로변 등 시민들 왕래가 빈번한 곳에 설치돼 있다는 것도 눈여겨 볼만한 풍경이다.

건축 예술이 시민들 생활 속으로 완전히 녹아 들 수 있도록 유도한 것도 높이 살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주로 버스 승강장이나 소규모 공원, 이면도로 교차로, 우체통 등 유기적 기능을 확보할 수 있는 공간들에 폴리들을 집중적으로 설치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대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지영 도슨트의 말에 의하면“ 광주폴리는 해외나 타지역으로부터 신선한 실험이자 폴리의 전형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정작 지역에서는 의미가 반감되는 아이러니에 봉착하고 있다”며“폴리의 특성에 맞는 접근이나 이벤트 등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고 설명했다. 시민들 스스로 자생적 문화를 생산해내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 제3의 폴리를 추진하기 위한 작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시민들로 구성된 도시재생협의체 필요
지난2011년 추진됐던 1차 폴리의 성격은 역사성의 복원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고 한다. 설치될 당시 시민들의 인식 부족과 폴리에 대한 저변 부족으로 인해 피터 아이젠만의 '99칸'이나 나데르 테라니의 '광주사람들' 등이 광주정신을 살려낸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 절대적 지지를 끌어내는 데는 미흡했다는 것. 그래서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광주폴리 시민협의회'였다.

이지영 도슨트의 설명에 따르면 “2차 폴리가 1차 폴리보다 진전된 형식을 밟을 수 있었던 데는 '광주폴리 시민협의회' 역할을 무시할 수 없었다”며“ 광주읍성을 벗어나 좀 더 확장된 공간과 개념을 가져가다보니 광주천변이나 광주공원 등에 폴리를 설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광주시 동구 동명동 25번지에 들어선 승효상 감독의 '푸른길 문화샘터'는 1차 폴리임에도 불구하고 도시재생과 공공성 회복이라는 의미를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변 문화시설과 연계해야 시너지 높아
전혀 도시재생과 공공성 회복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던 1차 폴리치고는 좋은 지리적 공간을 선점하면서 그곳에 들어선 문화공간이나 녹색공간, 그리고 환경과 무리없이 조화를 이뤄 자연스럽게 이 일대 문화시설로 편입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동선의 단조로움을 보완하는데 일정부문 역할도 해내고 있다고 한다. 정호준 광양학연구위원은 “사실 시민들과 호흡하지 못하는 도시재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일단은 시민들과 소통하는 게 먼저고 그 다음 도시재생 전문 전담기구를 만든다면 광양시도 좋은 방법을 창조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회기 소장 역시“광주폴리는 쇠락해가는 광주 구도심에 문화예술로 활기를 불어넣고, 공동화된 상권을 살려보자는 취지로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추진하는 도심 재생 사업의 일종인데, 광양시도 이런 시도가 필요해 보이는 시점임에는 틀림없다.”며“ 우리 광양학연구소가 좀 더 노력해 이런 제안을 많이 할 수 있도록 공부하며 연구하자”고 덧붙였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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