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들이 차고 넘치는 세상이다. 그러나 감동까지 덤으로 주는 화가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그림을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는 사람이 돈(?)까지 받아가면서 그림을 그린다면?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다. 바로 고무신에 매화를 그려 파는 서애자씨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18일 의회건물 근처 공원에서 열심히 그림 삼매에 빠져 있는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요즘 어르신들이 저 세상 갈 때 신고 갈 고무신에 매화 그림을 수놓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녀는 “그림을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는 사람이 그림을 그려 판다고 하면 화가들이 비웃을지도 모르겠다”며 소녀처럼 수줍어했다. 하지만 그림이 어디 화가들의 전유물은 아니지 않는가. 여유 있는 사람들이 취미로 그리는 형식적인 그림에 비해 그녀의 그림은 묘한 감동과 생명력을 전달하고 있었다. 

그녀가 그리는 고무신 그림에는 하나 같이 스토리가 입혀지기 때문이다. 그림을 배운적도 없다던 그녀가 물감을 섞은 후 몇 번 붓질을 하고 나니 고무신은 전혀 다른 예술품으로 거듭났다. “사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태양광시공을 하는 사업가”라고 소개 했다. 너무 뜨악해, 그림을 그리게 된 동기를 물었다. “축제장을 갈 때마다 모든 행사가 너무 천편일률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고민하던 중  고무신 그림을 떠올리게 됐다”는 것. 아닌 게 아니라 그녀의 생각은 적중했다. 중장년들은 물론이고 신세대 부모들까지도 좋은 반응이 보였다고 한다. 

“아마 4~50대 후반의 사람들이라면 다 고무신에 얽힌 추억 하나쯤은 갖고 있지 않겠는가?” 그녀는 단순하게 고무신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흘러간 추억을 복원하고 있던 것이다. 사실 그녀는 순창군을 비롯, 몇몇 자치단체의 축제를 진행하기도 했던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것. 

“광양은 밤이 많이 나는데, 안타깝게도 그대로 버려지고 있는 밤이 많다. 그런데 이런 밤을  굴(석화)껍데기와 섞어 미생물을 배양해 사료를 만들면 정말 훌륭한 가축사료가 될 뿐만 아니라, 지역 소득사업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지금 그녀는 신재생사업 준비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혹시 고무신에 얽힌 흘러간 추억을 복원하고 싶은 사람은 그녀(010/8936/6606)에게 연락하면 된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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