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위주 보다는 주민참여 바람직

 전국적으로 원도심 활성화 문제는 어제 오늘이 아니다. 광양시도 이 같은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도시의 양적팽창은 기존 도시의 쇠퇴와 몰락을 필연적으로 불러온다. 광양시는 도심개발 사업을 목적으로 지난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도시계획정비를 하고 있으며 토지를 수용하고 조성해 일반 개인에게 상업용, 일반주거용으로 분양했다. 이후 도시 외곽 신시가지 개발로 각종 시설이 이전되고 다중장소가 빠져나가면서 공동화 현상이 수반됐다.

 공동화 현상은 단순히 사람만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부분 등이 한꺼번에 침체의 길을 걷게 된다.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원도심 활성화이고, 투자되는 예산도 막대하다. 하지만 원도심 활성화라는 미명 아래 일부지역의 편중된 개발과 행정 위주의 사업 추진으로 결국 주먹구구식, 중구난방이 되다보니 사업을 실패하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원도심 활성화, 제로게임이 아니다

▲ 불고기 특화거리 조형물

 관내 기존 상권이 형성된 원도심 지역은 주변의 또 다른 개발로 인해 상대적으로 상권이 위축되고 있어 기존 상권 주변을 먼저 살릴 수 있는 시책과 예산편성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팽창식 상권으로 넓혀 나가야 하는 방식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제언들이 많아지고 있어 광양시 자체적인 사업의 우선순위를 고려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광양시의 상권 발전이 불균형적으로 이뤄지면서 광양읍 상권은 오래전부터 장기적인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광양시에서도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 끝에 각종 공모사업에 선정되고, 목성지구 개발과 LF아웃렛, 자동종합운전면허시험장 등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이같이 다소 편중된 개발이라는 시선으로 일각에서는 원도심 활성화는 ‘제로게임’이라는 지적까지 받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중마동 역시 상권이 한 쪽으로 치우치는 불균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광양시는 물론 상인들 자체적으로도 균형적인 상권발전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내 모 상공인단체 관계자는 “관내 기존 상권이 형성된 구도심 지역은 주변의 또 다른 개발로 인해 상대적으로 상권이 위축되고 있어 기존 상권 주변을 먼저 살릴 수 있는 시책과 예산편성이 마련돼야 한다. 풍선효과가 아닌 팽창식 상권으로 넓혀 나가야 하는 방식이 필요한 만큼 시 자체적인 사업의 우선순위를 고려해 봐야 한다. 또한 구상권 활성화 대책으로 인위적 상권 개발 프로젝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중마동 내에서만 보더라도 유휴지가 많은데 이곳부터 발전시키고 해결돼야만 상권의 균형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도심 개발이 계속되면서 원도심 상권이 위축되고 있는 만큼 다각적인 방안과 함께 체계적이고 계획화된 사업을 추진해야만 ‘구상권 침체, 신상권 활성화’라는 모순의 제로게임 상권형성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도심 활성화의 실패사례 속출

제주도의 관광객 수가 매년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놀라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에는 1300만을 넘어서며 올해도 제주 관광시장은 호황을 보일 것으로 기대 된다. 하지만 이런 제주도에도 공동화현상은 막을 수가 없다. 제주도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그동안 탐라문화광장·김만덕 객주터 조성사업 등 20건 가까이 되는 사업에 2015년까지 1700억원이 투자됐다.

▲ 광양읍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 구상도

 또한 원도심 재생을 위한 장기미집행 도로 사업이 진행되면 추가로 7543억원이 필요하다. 문제는 엄청난 예산에도 불구,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각종 용역으로 지난 10년 동안 40억원이나 쓰여 졌지만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원칙과 계획도 없이 즉흥적인 사업추진이 실패를 불러왔다.

 이뿐만 아니라 골목재생 시범사업으로 추진한 대전시 동구 ‘한의약·인쇄골목 시설물정비공사’가 감사원 감사 결과 부실시공, 관리·감독 부실, 특혜 계약 등 부적절 투성이로 밝혀졌다. 동구 의회의 공익감사청구에 따른 감사 결과다. 공사감독일지조차 제대로 작성되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설계도면, 계약서 등과 달리 부실하게 공사가 진행됐으나 담당 공무원들은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공사 수행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부실 시공한 것만 아스콘 포장불량 등 39곳에 달했다고 한다. 동구는 또 별도 발주 예정이었던 4억6200만원에 이르는 간판정비사업을 옥외광고업 자격도 없는 시공사에 맡기기 위해 시설물 정비공사를 설계변경, 특혜를 제공했다고 한다.

 가까운 곳에서는 인근의 순천시의 사례가 있다. 순천시는 동천 주변 및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 장·단기 사업으로 3000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투자하며 기존도심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사업 추진과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특히 지하상가 리모델링 사업은 20억원이 넘는 예산을 쏟고도 인근 상인들의 원성만 사고 있어, 한 번 침체된 상권을 살리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든 사업에 주민참여 확대해야

 어느 지역이든 항상 원도심 활성화 방안은 중구난방으로 추진될 우려를 낳고 있다. 마찬가지로 광양읍이나 중마동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 대상지역 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론화 절차 등 의견 수합 과정은 주민들의 욕구를 채우지 못하고 관련 부서와 각종 위원회 위원들도 제각각의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참여도 부족으로 구도심 재생사업이 실패했던 각 지자체의 경험에서 교훈을 삼아 행정 중심에서 주민 중심으로 사업 구상과 계획 수립, 추진 등의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패 사례는 주민 공감대와 협조 없이 일방적 일 추진이 화를 키워 온 것이 대부분이다. 물리적 도심개발과 인위적인 정책들이 더해지는 대신 정작 구도심 주민들은 소외돼 온 것이다. 이와 관련, 주민들은 “원도심 재생사업의 경우도 행정에서 세부사업 계획 수립에만 집중한 나머지 정작 주민들의 참여도 확산에는 뒤늦게 나서다보니 결국 참여도 미흡으로 인해 실패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며 “광양시가 사업 계획 수립만 하고 있고 정작 주민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소홀히 하거나 형식적으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고 말했다.

▲ 광양읍 동서통합 남도순례길 조성사업 계획도

 이제라도 지금까지 추진해온 결과에 대한 냉철한 자기반성과 전면적인 점검이 필수다.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고 당초 조성 취지를 살릴 방안이 필요한 때다. 원도심 재생과 활성화는 어느 것 하나가 해결된다고 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다. 종합적인 컨트롤 타워 속에 중장기 비전과 계획속에서 추진될 때만 가능하다. 때문에 지금의 근시안적 보여주기식 행정과 일처리는 악순환과 실패의 화만 자초할 뿐이다. 다양한 전문가와 주민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지난날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광양의 정체성이 살아있는 특화된 역사와 문화 예술이 함께 숨쉬는 원도심 활성화사업은 결코 멀리 있거나 어려운 것이 아닐 것이다.

조찬현 기자  pittzzang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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