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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감이 떠오르지 않을 땐, 정말 미칠 것만 같다. 아무리 동네 신문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읽어줄 만해야 하지 않겠는가.
필력도 좋지 않으면서 매주 포토에세이를 쓰다보니 이제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그런 사실을 이미 감지하고 있었을 터. 솔직히 글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에게는 글이 하나의 노동인 셈이다.
설령 어쩔 수 없이 때운다 해도 독자들이 때웠다는 느낌을 들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주는 유독 글감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가까운 공원을 걷고 또 걸으며 마음을 비워보았지만, 글님은 쉽게 영감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마감 날 아침, 이렇게 허겁지겁 글을 쓰고 있다.
혹자는 누가 얼마나 정독을 한다고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가싶겠지만, 일단 내 손을 떠난 글은 어떤 형태로든지 제 구실을 하기 때문에 늘 긴장을 하게 된다. 그럴 때 드는 생각, 글감은 항상 내 곁에 있다는 사실. 나는 어제 아침에 아침밥 대용으로 생고구마를 두 개 호주머니에 넣고 출근했다. 그리고 수돗물에 잘 씻어 한 입 베어 먹는데 나름대로 먹을 만했다. 이 고구마는 울엄마가 땀흘려가며 가꾼 작품이다.
형님은 이제 이런 것 그만 심으라고 타박을 주지만 어머니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지난 일요일 밤, 삼형제가 모처럼 어머니 집에 모여 저녁을 먹었다. 어머니께서 손녀딸 맛있는 거 해주고 싶다고 불렀지만, 실은 자식들이 보고 싶었던 것. 나도 살다보니 가족들이 서로 가까운데 살았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가족이 뭔가. 서로 돕고 서로 愛껴가면서 그렇게 슬픔과 기쁨의 다리를 함께 건너가는 것 아니겠는가. 내 생각에 우리 엄마는 복도 많다. 크게 속 썩이는 자식 없지, 세 며느리는 남들 부러울 정도로 잘 하지. 순전히 내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주변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말을 하는 것을 보면 틀린 것도 아닌가 보다.
그런데, 그날 저녁을 먹고 난 후 어머니께서 한 마디 하셨다. “이번 주 토요일 고구마 캐개 다 오니라” 그러자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모두 이렇게 화답했다.＂어머니 이번 주 약속 있는데요...“ ”엄마 나도 그래, 이번 주 시간이 없어“ 쯧쯧... 이 글을 마치고 다시 생고구마를 한입 베어 먹는데 정말 울엄마 땀 냄새가 물씬 나는 것을 느낀다. 일은 하기 싫어도 먹기는 정말 잘 먹는다. ‘이래도 된다고?’ 아무렴, 이래도 된다?! 왜, 울엄마가 해 준거니까!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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