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희 대표

돈 앞에 무너지는 인간성
 ‘돈만 아는 영철이’줄거리는 이렇다. 평생 모은 재산을 백운산 재단에 기부하려는 아버지와 이를 막으려는 아내와 자식들, 돈 앞에 무너지는 인간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연극이다. 억지로라도 유언을 바꾸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는 자식들의 춤과 웃음이 때로는 개그로 때로는 눈물로 볼 수 밖에 없는 감동 가족 연극이다.

 “돈만 아는 영철이는 돈만 향해 가는 인간의 욕망을 풍자하고 진정한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휴먼 코믹 풍자극입니다. 항상 자신만을 생각한 형제들이 돈 앞에서는 똘똘 뭉쳐 부모에게 이혼을 부추기는 대단한 형제애를 발휘합니다. 황금 만능주의 시대에 사는 우리들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저의 기획 의도입니다.”

포기하고 싶은 때가 많았다
 평범한 주부들이 연극배우로 등장한 ‘돈만 아는 영철이’공연을 이끈 김경희 (라파라파 예술단)단장은 포기하고 싶은 때가 많았다고 한다.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했지만 과연 무대에 올릴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될 때마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열 번, 백 번도 더 들었습니다.

 짧지 않은 연습 기간 동안 개인적으로 바쁜 일이 있어 감독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서 맘 고생도 하고 처음엔 그리 애착이 가지 않아서 대충 때우면 되겠지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나이 50, 또는 60세가 넘었는데 살아 생전 무대에 설수 있는 기회를 주신 분들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끝까지 가고 지금껏 함께 한 식구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다시 일어나 최선을 다했습니다.”

가족간의 상처와 치유에 필요한 묘약
 아버지 역할을 했던 김동수 씨는 “가족간의 관계가 사라지고 물욕에 눈먼 요즘 세태에 절실하게 필요한 묘약 같은 연극이었다. 가족간의 희망과 절망을 넘나들며 웃고 울리는 가운데 가족간의 상처에 치유가 되지 않을까 싶어 아버지 역할을 더 리얼하게 열연했다”고 한다.

 어머니 역할을 맡은 정희영씨는 “공연이 끝난 후에 후회되지 않도록, 아쉽지 않도록, 어떻게 해야 패티를 잘 살릴 수 있을까 고민도 하고 집에서 거울 보며 많이 연습 했다. 정말 후회 없이, 아쉬움 없이 무대에서 맘껏 연기할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장남 역할을 맡은 김희선씨는 라파라파 예술단의 막내다. “아이들이 어려서 때로는 그만 두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함께 하는 영철이 팀이 너무 좋아서 그거 하나로 계속 붙잡고 했습니다. 연습 하면서 점점 애착이 가고 사랑스럽게 여겨졌고 함께 호흡하는 것이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3회 공연, 지칠 만도 한데 끝없는 열정이 샘솟았다
 대본 외우는 것에서부터 연기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 예술단원들, 그들은 2시 30분, 4시 30분, 7시 30분 세 번의 공연으로 지칠 만도 한데 끝없는 열정이 샘솟았다고 한다. “이상하게도 3회 공연 때는 가슴 깊은 곳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열정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마음 속 깊은 곳에 간직했던 작은 꿈을 펼칠 수 있게 부족한 저희들을 응원해준 관객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1945년, "광양 예술 연구소"란 악극단 있었다
 광양에는 1945년 해방을 맞고 "광양 예술 연구소"란 이름의 악극단이 발족되면서 연극 활동을 시작했었다. 그 당시 "광양 예술 연구소" 악극단이 광양극장에서 첫 공연을 시작하자 연일 대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 후 광양군 각 면의 순회공연을 마치고 정식 명칭으로 "광예악단"이라 바꾸었고 "광예악단"은 1946년까지 계속되다가 당시 정치 상황이 좌우로 갈라지자 구성원들 역시 갈라져 자연 해체 되었다고 한다.

 라파라파 예술단은 이러한 선배들의 문학과 연극을 재조명하고 발자취를 찾고자 순수한 주부들이 모여 단체를 만들었다. 그리고 2013년 인형극 ‘호랑이가 된 황정승’, ‘소가 된 돌쇠’ 등을 성황공공도서관과 여수학생문화회관 무대에 올렸으며 광양보건소에서 ‘우리 동생이 생겼어요’를 열연했다.

 긴 연습 기간에도 모두 한마음이 되었고 무대에 오르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더 큰 매력으로 전해진 이번 돈만 아는 영철이 팀은 기획, 연출은 김경희 예술단장이 맡았으며 총감독 허형채, 무대감독 신행숙, 진행 백순옥, 김영남, 출연진은 아버지 김동수, 어머니 정희영, 장남 김희선, 장녀 윤안희, 차녀 김보경, 며느리 신행숙, 이사장 정현주, 판사 박상임이 열연했다.

 치유의 뜻을 담고 있는 라파라파 예술단은 전남문화예술재단 지원사업으로 ‘돈만 아는 영철이’를 무대에 올렸다. 현재 라파라파 예술단은 13명의 단원이 있으며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언제나 가입 가능하다.

조경심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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