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환상통(幻想痛)을 앓으며 사는 것일지 모른다. 지금 내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하나의 꿈일지도 모른다. 살다보면 정말 비몽사몽의 경계를 넘나들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수많은 성인들과 철학자들 아니 가까운 내 어머니 아버지만 해도 삶은 너무 짧아 꿈과 같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신다. 나 역시 종종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낼 봅시다”하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는데, 뒷날 부고장이 날아든다. 이게 인생이다. 기껏 일할 수 있는 나이도 30년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살 것처럼 욕망 속에서 허덕이며 사는 게 인간 실존의 모습이다. 아무리 마음을 먹어도 같은 실수를 늘 되풀이하기도 한다.

산에 가서 수도를 닦는 사람들이야 다르겠지만 보편적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수도하는 사람과 비교해서 보편적인 사람들의 삶을 더 낮게 평가할 수 없다.

현실을 떠난 진리는 다 공허한 관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때론 ‘공즉시색’의 의미를 깨치는 것보다 소주잔 부딪치며 눈물을 쏟는 게 더 가치가 있을 때가 있다. 삶은 그런 것이다.

누가 대신 살아줄 수도 없고 또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도대체 당신이나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 하나 있긴 있다. 다음 순간은 아무도 모른다는 그 사실 하나만은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래서 인생이 슬프기도 하고 또 허망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딱 하나 뿐이다. 지금 이 순간을 알차게 살면 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출판된 모든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한결같이 인생은 짧으니 순간순간 충실히 살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미래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는 현재적인 이 시간은 과거와 미래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내가 여인의 몸에 핑크빛 색깔을 칠하고 주변에 보라색 불꽃을 그려서 넣은 것은 비록  삶이 환상이지만 그래도 희망을 만들어가면서 살자는 뜻에 다름 아니다. 특히 안경을 씌운 것은 결국 우리는 자기만의 색깔로 세상을 보다가 떠나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물론 아무리 좋은 의미를 갖다 붙여도 덧없는 것이 인생이요 육신이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 서로의 마음과 눈물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얼마나 황홀한 일인가. 역설적이게도 순간적인 ‘찰나’를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 인생이 더없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우리는 한숨을 쉬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난 게 아니라 감탄하기 위해 태어났다. 매 순간 만나는 모든  대상이 감탄사의 재료가 되는 것이다.

길가에 핀 이름모를 꽃 한송이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고, 나를 괴롭히는 사람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예쁜 구석이 있는 법이다. 그것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삶은 아름다워지게 마련이다.

성숙하다는 것 역시 궂은 일도 좋게 만들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글을 마무리 하면서 나는 지금 묻고 있다. “당신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이 여인의 몸만 보고 있는가?” “아니면 그 너머를 보고 있는가?” 지금 생각하는 그 자체가 바로 당신의 실존적인 모습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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