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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본질이 기존 사물을 낯설게 만드는 것이라면 이현영 작가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을 보는 순간 누구 할 것 없이 "어?"라는 감탄사와 함께 그림 앞으로 한발 더 다가서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그림들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지만 그의 그림은 얼굴을 들이밀고 찬찬히 감상해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그림 좀 안다는 사람은 신인상주의 자들의 점묘법을 연상하겠지만, 그의 그림은 색채분할대비로 자연의 빛을 재현 했던 신인상주의와는 분명히 다르다.
작가의 말을 잠시 들어보자. "신인상주의자들은 기계적인 태도로 동질한 색점들을 찍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는 흐릿한 이미지를 통해 생성과 소멸의 순간을 보임으로 우리 인생이 이 지구별에 잠깐 점만 찍고 가는 존재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구축과 재구축을 통해 인생의 존재 목적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도록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작품을 한 점 완성하는데 꼬박 13시간을 매달려야 가능할 정도로 고된 노역이라고 한다. "사실 점을 찍으며 작품을 그려가는 과정은 나를 돌아보는 自省의 시간임과 동시에 염불의 과정이며 내 안에 들끓고 있는 욕망을 걸러내는 과정이다. 그래서 내 그림을 관람하는 사람들이 인간본래의 순수함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늘 화선지 앞에 서게 된다" 고 고백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외모는 마치 덴마크의 실존철학가였던 키에르케고르를 연상시킨다. 약간 마른 몸짓과 우수에 찬 눈동자 그리고 얼굴에 난 수염들만 보면 영락없는 철학자 모습 그대로이다. 어떤 예술 작품도 작가의 경험과 작가가 추구해온 사유의 세계를 넘지 못한다고 했는데, 이현영 작가가 바로 그 좋은 본보기다.
근래 전시되었던 대부분의 그림들이 얼추 비슷비슷한 그림들이였다면 이현영 작가의 작품은 사람들로 하여금 사유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는 독특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더욱 특이한 점은 오래전에 이미 추계예술대학을 졸업했지만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 그런데도 그의 그림이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이유는 그의 작품 속에는 삶의 근원을 묻는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전시하고 있는 작품 주제는 '떼(群)' 인데 전시장을 찾아간 순간 그 수고가 아깝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작품은 광양읍 문화예술회관에서 오는 29일까지 전시된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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