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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광양서초등학교 25회 졸업식 기념사진이다. 지금으로부터 80년 전이다. 학생들 틈새에 양복을 입고 있는 교사도 보인다. 멋쟁이 남학생들은 운동화에 긴 양말을 신었는데, 옷차림새로 봐서는 아마도 부잣집 아들로 보인다.
비록 8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건물과 학생들의 차림새를 보면 상당히 현대적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사진 속 얼굴들은 대부분 고인이 됐을 테지만, 그 당시만 해도 이들은 근대식 교육을 받고 자라면서 한국을 이끌어갈 인재들로 성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제식민지 치하에서 어린시절을 보냈으며 청년이 되어서는 6.25 전쟁까지 치르게 되는 아픔을 겪게 된다. 아무리 운명이 기구해도 그렇지, 이들처럼 역사의 중앙에서 온 몸으로 상처를 받은 세대도 드물지 싶다. 이들에게 냉철한 역사관을 묻는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인 이유다. 이들에겐 오로지 생존에 대한 절박성만 있었지, 철학이나 사상을 이야길 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살아남았으며 그들의 정신세계는 더 강해질 수 있었다.
아니, 이들 중에는 숱한 죽음을 목격했거나 또 직접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은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이데올로기가 남긴 어쩔 수 없는 트라우마다. 하지만 그 잘못을 이들게만 물을 수는 없다. 결코 이들만의 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후세대 사람들은 이들의 사상에 대해 쉽게 단죄를 하지만, 막상 본인들이 그런 역사의 중심에 선다면 역시 정체성을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고로 어떤 사람과 함께 걸어보지 않고는 그 사람에 대해 쉽게 판단해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혹시나 지금 생존해 있다면 90세를 훌쩍 넘겼을 텐데, 이 사진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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