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섬진강 휴게소를 찾았다. 종종 들리기는 했지만 취재를 목적으로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놓쳤던 조형물들이 하나 같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옴을 느꼈다. 그 중,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준공탑을 기념하며 쓴 故 박정희 대통령의 제자(題字) 동판과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弑害)했던 김재규 당시 건설부장관 동판이 함께 붙어 있다는 사실이다. 한 사람은 독재를 했고 또 한 사람은 그 독재를 막기 위해 총을 들었던 인물인데, 이 무슨 역사의 아이러니인지 모르겠다.
1973년 11월 14일 이곳 준공식장을 찾은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 모두 고속도로를 완성한 그 웅지와 정열을 굳게 견지하고 10월 유신의 기치아래 총화단결하여 번영의 80년대를 향해 매진해 나갑시다. 그리하여 민족중흥의 위대한 조국을 우리 세대의 힘으로 완성합시다.”라고 연설했다. 그리고 준공탑 주변의 조형물들은 하나같이 영호남이 서로 화합하기를 희망하는 의미를 담은 것들인데, 그 당시 지역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 자신은 오히려 당신의 주변 인물들 때문에 시해를 당하게 되는 모순을 범하고 말았다.
이러한 섬진강 휴게소가 다른 휴게소와 약간 다른 차이점이 하나 있다면 상행선과 하행선이 육교로 연결돼 있어 서로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마 육교로 연결돼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는 섬진강 휴게소가 유일하지 싶다. 특히 상행선 쪽 휴게소는 진월 섬진강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더없이 좋은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다. 그리고 봄가을에는 화려한 꽃들의 자태와 붉은 단풍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그래서 그런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일부러 찾는 사람도 적잖이 많다.
참, 섬진강 휴게소가 준공된 후에는 신혼부부들과 중고생들의 필수 관광코스 역할을 했다는 사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겠지만, 그 당시에는 최고의 현대식 휴게소였던 것을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1973년에 준공해 지금에 이르고 있는 섬진강 휴게소는 비록 세월과 더불어 약간 퇴색돼 보이기는 해도 국내 대표적인 아름다운 휴게소 중의 하나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