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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투명한 영혼을 간직했던 정채봉 작가
  • 홍봉기 기자
  • 승인 2015.04.14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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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힘은 강하다. 그게 돈이 되고 권력이 되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살아갈 힘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어느 책 속에서 만난 짧은 한 구절이 생각을 통째로 바꿀 때도 있고 혁명의 불꽃이 될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런데 우리 고장 출신 중에 주옥같은 작품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용기를 준 작가가 있는데 故 정채봉 동화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조모의 슬하에서 성장하며 외로움을 글쓰기로 달래며 성장했다. 그를 키운 것은 8할이 외로움과 독서였다.

특히  글쓰기는 그가 존재하는 하나의 이유였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증하는 거울이었다. 그래서 그는 쓰고 또 썼다. 마침내 1973년『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꽃다발』이 당선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의 동화들은 빼어난 감수성을 앞세운 서정적 문체와 소설적 기교로 독자들을 흡인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던 중 광주민주화항쟁으로 인해 극심한 내면의 혼란에 시달리다가 불교에서 천주교로 개종하고 나서 기존의 문학적 신념을 더욱 강화해 나갔다. 그에 따라 작품들은 황룡사 노송 벽화 이야기를 다룬 동화 「물에서 나온 새」나 천주교 박해로 순교한 소년의 일대기를 그린 소년소설 「성 유대철」처럼, 종교적 상상력에 기반한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혼을 노래하며 평화로운 세상을 희구하는 작품을 써나갔다.

그의 대표작 「오세암」은 설악산의 오세암이라는 암자에 전해오는 이야기를 동화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그는 천진무구한 다섯 살 난 어린이의 마음이야말로 불심이라는 주제를 내세워 현대인들로 하여금 순수한 상태로 되돌아가기를 권하였다. 이 작품은 2003년 성백엽 감독에 의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다음해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장편 경쟁 부문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광양농업고등학교를 출신인 그는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샘터사에 입사, 작고할 때까지 기자, 편집부장, 기획실장, 이사 등을 지내며 맑고 투명한 작품으로 현대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어루만져주었다. 살아생전에 그는 늘 손수건과 같은 만남을 꿈꾸었다. 힘이 들 때 땀을 닦아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주기 때문이다. 갈수록 팍팍한 세상에 그가 더욱 그리워지는 이유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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