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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과 얽힌 이야기가 참 많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요즈음이야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쏟아져 나오지만 옛날에야 어디 그런 일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마을 주민들은 동네 우물에 가서 물을 길러다가 먹을 수밖에 없었다. 우물은 마을의 운명을 담보 하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범접해서는 안 되는 풍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여자들은 우물가에 나와 물을 긷기도 하고 또는 수다를 떨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던 것이다.
더러 젊은 총각이 우연히 우물가에 와 물을 얻어먹고 부부의 인연을 맺은 이야기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고려를 건국한 왕건과 버들아씨의 역사도 우물가에서 시작된다. 수군장군으로 나주에 진주한 왕건이 금성산 남쪽을 바라보니 오색구름이 떠 있어 이를 이상하게 여겨 부하 장군들과 함께 완사천 우물가에 가보니 버들아씨가 빨래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에 목이 마른 왕건은 물을 청했고 버들아씨는 물바가지에 버들잎을 띄워 왕건 장군에게 바치면서 이들의 운명적인 사랑은 꽃을 피우게 된다.
성서에도 수가성 여인이 야곱의 우물가에서 예수를 만나고 개과천선하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당시 풍습으로 볼 때, 남자가 우물가에 가는 것 자체가 금기시 되었지만 예수는 일부러 우물가로 간다. 그 우물에는 창녀라고 손가락질 당하는 여인이 몰래 와 물을 길어 갔던 것이다. 예수는 마침내 수가성 여인과 대면하고 그동안 죄인으로 살아온 마음을 해방시켜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살도록 만들어준다. 이처럼 우물은 다양한 이야기를 생산하는 장소가 되기도 했던 것이다.
물론 옥곡면 명주 마을에도 연화도수(蓮花桃水)라는 800년 넘은 우물이 있다. 이 우물은 맛뿐만 아니라 수질도 으뜸으로 손꼽히고 있을 정도다. 820년의 세월을 넘었다고 하니, 과히 물맛이 짐작이 간다. 혹시 요즘 마음이 답답하다면 이 우물에서 솟는 시원한 냉수 한 컵만 마셔도 속이 뻥 뚫리지 싶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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