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 어머니가 이 세상 소풍을 마치고 저 세상으로 가셨다. 생자필멸이라는 말처럼 이 세상을 떠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사별은 특히 더 슬프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두 번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살아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사는 동안에는 또 그게 말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그런데 장례식장에 가면 대체로 시신(屍身)을 모신 관(棺) 앞에 병풍(屛風)을 펼쳐 두는데 그 뜻을 깊게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지 싶다. 하긴 그런 것까지 생각할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만은, 거기에도 나름대로 깊은 뜻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병풍 병(屛)’자를 살펴보자. 물론 ‘병풍 병 자’는 ‘가릴 병’ 또는 ‘물리칠 병’ 이라는 뜻으로도 함께 쓰이는 말이긴 하지만 단순하게 ‘가린다’는 뜻 보다는 액을 물리친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병풍 병(屛)자의 부수가 ‘방패 간(干)’이기 때문이다. 즉, 병풍은 죽음(尸)이라는 금기(禁忌)가 더 이상 살아있는 자들에게 퍼져 나오지 못하도록 막는 방패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병풍이 한 마디로 산자와 죽은 자들의 경계선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살아있을 때 고인이 좋아했던 글을 적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종교적인 구절을 적어 고인의 종교에 맞는 병풍을 치는 게 요즘의 대체적인 장례식장 모습이다. 그리고 빈소(殯所)라는 의미로 쓰이는 ‘염할 빈(殯)’ 자도 깊은 뜻을 담고 있는 한자다.

설문해자를 보면 殯(빈)자는 ‘죽은 이(歹)’를 손님 삼아(賓:손님 빈)곁에 둔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죽음으로써 비로소 이 세상과 맺은 인연을 끊었다는 단절의 의미를 담고 있는 데, 아무리 그리운 피붙이라고 해도 결국에는 이렇게 놔줘야 함을 상징하고 있는 글자인 것이다. 그래서 친소(親所)가 아닌 손님처럼 대한다는 빈소(殯所)라고 표기했던 이유다. 이 글자만 봐도 우리 선조들이 죽음 하나에도 얼마나 깊은 의미를 부여했는지 읽어낼 수 있는 부분이라 하겠다. 이 글을 마쳤으니 이제 빈소에 가서 명복을 빌어야겠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