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이런저런 設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차피 정확한 어원을 파악할 수 없는 일이라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지도 모른다. 한자깨나 공부했다는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우려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지만, 그들 역시 자기식대로 해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물론 기본적인 어원공부가 되어 있기는 하나, 최종적인 해석은 결국 자기가 이해한 한계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 중에 ‘오랑캐 이(夷)’자만 해도 그렇다. 이 글자가 왜 오랑캐를 뜻한 한자가 되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심지어 오랑캐라는 말 자체에 대한 정의도 수 십 가지다. 누구는 이 말이 원래는 두만강 이북에 살던 여진족(女眞族) 가운데 한 부족인 `올량합(兀良哈)`을 가리키던 말이었는데, 이것이 점차 어의(語意)가 확대되어 여진족 전체를 얕잡아 부르는 말로 사용되다 지금은 `야만스런 종족` 또는 `침략자`를 가리키는 포괄적인 말로 정착되었다고 한다. 일견 맞는 말이기도 하다. 또 다른 문헌을 보면 범과 이리를 합성한 '호랑虎狼'에 개犬'가 추가되어 '호랑견(개)'로 부르다가 이것이 '오랑캐'로 변했을 것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오랑캐 이(夷)자를 우리 입장에서 풀면 또 근사한 뜻으로 변한다. 소전(小篆)까지 소급하지 않고 지금 보이는 글자 형태만 봐도 간단히 그 뜻을 유추해낼 수 있다. 그렇다. 큰 대(大) 자에 활 궁(弓) 자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바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활을 정말 잘 다뤘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글자다.

대부분 한자 풀이가 그렇듯이 어떤 시각에서 보는가에 따라 그 뜻은 다 다르게 와 닿는 법이다. 이것은 한자가 가진 장점임과 동시에 단점도 될 수 있지만, 해석의 폭을 생각하면 상당히 매력 있는 글자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 양궁선수들이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이유도 어쩌면 이(夷)라는 글자가 DNA 속에 흐르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또한 믿거나 말거나, ‘오랑캐’와 ‘오랑깨’라는 전라도 사투리 역시 같은 집안 출신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뭔가 서둘러 빨리 오라고 말할 때 전라도 사람들은 지금도 오랑깨를 자주 쓰기 때문이다. 어쩌면 오랑캐인 왜구가 수시로 쳐들어오는 것 때문에 만들어진 말은 아닐는지. 오랑캐가 오면 일단 빨리 피해야 목숨을 유지할 수 있는 그 절박함이 오랑깨라는 말 속에 내포 돼 있는 지도 모르겠다는 말이다. /홍봉기 기자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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